[김국배기자] #.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6' 행사장. 6만 명이 넘는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키노트 연설을 통해 "아마존의 리드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앞으론 시장이 달라질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과거 클라우드를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며 폄하하던 오라클이 180도 태도를 바꿔 클라우드에 '올인'한 모습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왕좌'를 지켜온 클라우드 시장의 판을 뒤집으려는 'IT 거인'들은 클라우드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며 진격에 나서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IT 흐름이 된 클라우드 시장은 아직 초반. 앞으로 열릴 시장이 훨씬 큰 만큼 시장 구도가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크 허드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까지 IT 예산의 80%가 전통적 IT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소비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2020년 1천950억 달러(한화 약 219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AWS 독주 끝? 2강(强) 시대 오나
AWS의 클라우드 시장 독주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클라우드 시장은 개척자로 평가받는 AWS가 사실상 '1강(强) 체제'를 유지해왔다. AWS의 연간 매출액은 110억 달러 수준이며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1년 82개, 2012년 159개, 2013년 280개, 2014년 516개, 2015년 722개, 2016년(9월말 기준) 706개로 오히려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있다. 2006년 이후 2천400회가 넘는 신규 기능 출시가 이뤄졌다.
초기에는 스타트업이 주된 고객이었다면 어느새 대기업까지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엔 서울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을 통해 대기업을 겨냥한 'AWS IoT' 서비스를 내놓는 등 국내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쟁자들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 AWS의 뒤를 가장 바짝 쫓고 있는 회사로는 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꼽힌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로 리더 기업으로 꼽혔으나 올해 그 거리가 더 좁혀진 것. 최근 발표된 MS의 3분기 실적 결과에 따르면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작년에 비해 8% 증가했고 이중 핵심인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매출은 무려 116% 상승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AWS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일부 대기업 시장은 MS, IBM 등이 이른 시일 안에 존재감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중소기업(SMB) 시장은 AWS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영기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AWS와 MS는 여전히 격차가 꽤 크다"면서 "MS, IBM 등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대기업(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손에 익으면 잘 바꾸지 않는 IT 담당자들의 속성 등을 고려하면 중소 시장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WS는 스타트업 고객은 잡았으나 스타트업 매출이 무한정 늘진 않을 것"이라며 "기존 IT에 지출하고 있는 대기업이 AWS 클라우드로 더 많이 가야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들의 반란 시작되나
MS뿐만이 아니다. IBM, 오라클, 구글 등 다른 거물급 IT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을 위해 클라우드 사업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IBM은 지니 로메티 CEO 체제에서 인공지능(AI), 분석, 보안처럼 수익성 높은 사업에서 집중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클라우드 사업의 결실이 점차 나타나는 분위기다. 지난 3분기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이전 분기에 비해 44%가 성장했다.
구글도 최근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글 클라우드'로 통합하기로 했다. 기업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클라우드 기반 업무용 앱은 'G-스위트'로 리브랜드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다이앤 그린을 선임부사장(SVP)으로 영입해 클라우드 담당 부문장을 맡기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다소 뒤늦게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든 오라클은 AWS가 버티고 선 IaaS 시장까지 도전장을 냈다. SaaS, PaaS 사업에서 영역을 더 확대한 것. IaaS으로 위주로 사업을 해온 AWS는 반대로 SaaS, PaaS를 강화하고 있다. MS, IBM도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프라이빗(내부)과 퍼블릭(외부)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비해 대기업들은 기존 IT시스템이 많은 탓에 당장 모든 업무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업무 성격에 따라 순차적으로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퍼블릭 클라우드가 강한 AWS가 최근 VM웨어와 손을 잡은 까닭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결국 경쟁이 심화하면서 더 많은 사업 영역에서 부딪히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시장 전략이 수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트너는 70% 이상의 기업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IBM이나 오라클은 대기업 고객을 주력으로 사업을 해온 그간의 경험이 이 같은 지점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IT서비스 업체 한 임원은 "일부 대기업 시장을 제외하곤 어려워 보인다"며 "오라클 같은 전통적 IT 기업들은 비싼 유지보수 서비스 정책으로 대기업 시장에서 인심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 경쟁도 본격화…데이터센터 구축여부 관심
이들 기업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 여부도 업계의 관심사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국내 데이터센터 운영 요청이 늘어나고, 시장 잠재력 역시 크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 싱가포르, 일본 등 가까운 지역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올 1월 AWS가 먼저 서울에서 복수의 데이터센터를 의미하는 '리전'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이어 8월에는 IBM이 국내 IT서비스 기업인 SK(주) C&C와 함께 판교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심지어 MS는 임대 뿐 아니라 아예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부산시에 땅을 매입했다는 게 한국MS 측 설명이다. 오라클도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위치는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의 요소 중 하나"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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