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체제가 출범 100일도 안 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비박계 의원 50여명이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데다 당직자들도 지도부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제출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친박계 중심의 당 지도부는 "현재는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 최순실 게이트 책임을 두고 당내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집단행동에 나선 김무성·이혜훈·정병국·심재철 등 비박계 의원 50여명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긴급회동을 갖고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쇄신 와중에 당만 인적 쇄신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정현 지도부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권의 대선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는 "당 지도부는 재창당 수준의 납득할 만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당 지도부의 현재 인식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며 "국정은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 역시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지금 최순실을 비롯한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에 대해서 실체가 규명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강구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현재 당 지도부에 최순실 국정농단 책임을 묻고 있다. 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이 회동과는 별도로 초·재선, 중진급을 포함한 여당 의원 21명이 참여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당직자들도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며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압박했다. 김현아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당의 실추된 국민 신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총사퇴 역시 이 과정의 하나다. 오늘로써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 홍보본부장을 맡은 오신환 의원과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종석 의원도 이날 이 대표에게 사의를 밝혔다.
◆'사면초가' 이정현 "도망가는 건 가장 쉬운 선택"
상황이 이런데도 당 지도부는 지도부의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나를 포함한 어떤 지도부 구성원들도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좋을 때든 나쁠 때든 끝까지 책임지고 하겠다는 각오와 신념, 책무감이 있을 때 지도자로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당원들이 신뢰해줘서 당 대표를 했기 때문에 지금은 이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총사퇴 주장에 대해 "그 분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는 사태수습을 하는 게 우선으로 책임감을 갖고 사태수습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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