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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중심 금융규제 도입시, 투자자보호 효과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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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높은 수준의 법원시스템과 사회 규범의식 전제돼야"

[윤지혜기자] "원칙중심 규제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 영국이 원칙중심 규제를 도입한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인데, 원칙중심 규제로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헤쳐 나갔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최근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법을 원칙주의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가운데, 3일 국회에서 이에 대한 여러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국회 연구단체인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대표의원 정우택)이 주최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개최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 국제세미나가 그것이다.

원칙중심 규제란 법령에 세부적인 방법과 절차 등을 제시한 '규정중심 규제'와 달리 법에서는 일반적인 핵심기준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금융투자회사의 자율에 맡기는 것을 뜻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한 자본시장법의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하며 금융규제를 원칙 중심과 네거티브 방식(금지한 것 외에는 뭐든 해도 된다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금융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한한 탓에, 금융사들이 대형화와 겸업화에 적극나서지 않고 위탁매매수수료 기반의 편중된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은 물론 아시아권에서조차 국내 금융시장이 도태됐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열거주의 중심의) 현행 자본시장법은 핀테크와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반면 금융소비자 보호 같은 목적은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금융사에서는 형식적인 비용만 소요되고 규제는 쌓여서 복잡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칙중심규제, 금융사에 실질적 결과 창출하도록 압박할 것

이날 발제자들은 원칙중심주의가 투자자보호에도 보다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니브 멀로니 영국 런던정경대 법과대학 교수는 "원칙중심 규제는 금융업계에 자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책임의식을 배가하는 조치"라며 "원칙중심 규제를 통해서 규제 당국보다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지난 2007년 원칙중심 규제(PBR)을 도입하고 금융회사를 위한 기본 원칙(PRIN) 11가지를 제정한 바 있다.

멀로니 교수는 "영국 금융영업행위청(FCA)이 소비자의 공정한 거래 참여를 확보하는데 PRIN 6번째 원칙에 해당하는 '소비자 공정 대우' 항목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원칙중심 규제는 소비자 보호 영역에서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존 규정중심 규제에서는 금융사가 무엇을 했고 안 했는지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평가했다면, 원칙중심 규제에서는 '소비자 이익'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해 금융사들이 보다 실질적인 결과를 창출하도록 압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자율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금융사의 판단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기 때문에 금융사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고위 임원의 참여를 장려하는 등 기업 문화도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FCA는 지난 2015년 원칙을 위반한 도이치뱅크에 2억3천만 파운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중요한 점은 구체적인 규정집에는 지수 조작 문제가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금융회사가 시장 행위의 적절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FCA가 여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칙중심 규제로 전환 시 자칫 필수적인 금융규제도 완화해 금융사에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앞선 도이치뱅크의 사례처럼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난무해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원칙중심 규제는 규제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측면"이라며 "금융사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냐는 시각도 있는데, 원칙중심 규제로 전환하면 각 회사 임원의 책임이 강조되고 시장 경쟁에 내몰리기 때문에 금융사로서도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훈련(self-discipline)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운동을 강제하지 않으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원칙중심 규제는 아주 높은 수준의 법원시스템과 우리 사회의 규범의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미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멀로니 교수는 지침을 확실히 하고 관련 제재 운영방식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FCA의 경우 결정 과정 및 처벌 매뉴얼(DEPP)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성 가이드라인 ▲면제 권한(safe harbour) ▲최종 고시(Final Notice) 지침 등도 마련한 바 있다. 또 업계 이해를 돕기 위해 전용 전화라인을 마련했으며, 강연 및 워크숍을 수시로 열고 있다고 전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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