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 울려퍼진 '박근혜 퇴진'

[윤채나기자] 3일 오후, 법·의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박근혜 퇴진' 주장이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에 하야를 요구해 온 일부 야당 의원들 뿐 아니라 '자제 모드'를 유지해 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모두 11명의 야당 의원들이 발언대에 섰다. 불과 열흘 전, 박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이들은 박 대통령에 '최순실 파문' 관련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으며, 다수가 하야를 외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5분 발언이 시작하자 모두 퇴장해 단 한 명도 발언에 나서지 않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에 "혼이 나갔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즉각 하야하고 거국내각을 수립, 국회가 국정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도 "헌정 중단 사태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의 국가 권력 사유화, 국정농단 상황을 보면서 지금의 대통령에게 국정을 계속 맡기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창원 의원은 박 대통령에 '최순실 파문' 관련 TV토론을 제안하며 "직접 소상히 진실을 밝히고 국민을 대표하는 전문가 패널의 제한 없는 질문에 답변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면 스스로 퇴진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 소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간절히 호소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완전히 버리기 전에 모든 권력과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여야에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게 국민들의 분노를 자신의 것으로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용주 의원 역시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식물 대통령을 그대로 둔 채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으로는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없다"며 "이쯤에서 박근혜 정부는 마감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옷을 벗고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대통령 권한을 가진 지금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직무"라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종오 무소속 의원은 "대통령 하야가 가져올 위기와 혼란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위기와 혼란의 가장 큰 진원지는 박 대통령 자신"이라며 "박 대통령이 하야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본인의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