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청와대의 11.2 기습개각에 이어 당 지도부의 사퇴 거부로 인해 화가 단단히 났다. 그동안 비박계가 요구한 거국중립내각과 당 지도부의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에 따른 것이다.
비박계는 3일 오후 당 지도부를 제외한 야당과 비상시국회의를 여는가 한편, 분당론까지 꺼내 들면서 지도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국무총리에 내정한 데 이어 3일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이로써 비박계가 주장한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하는 거국중립내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더욱이 비박계는 11.2 기습개각에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3일에도 비서실장 기용을 강행했다.
친박계 일색의 지도부도 당 내홍에 부채질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원들은 무더운 여름에 치열한 경선을 지켜보고 저의 리더십에 대해 동의했다"며 "저는 선출된 당 대표"라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부들부들' 비박, 야권과 손잡고 지도부 압박
화가 난 비박계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과 함께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친박 일색의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비박계 대표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병두·박영선·변재일 민주당 의원과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회의를 갖고 시국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현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회동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단순히 이정현 대표 한명을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다"라며 "야권 중에서도 합리적인 의원과 함께 여야 대치 국면에서 벗어나 최순실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같은 시국임에도 당 지도부는 바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지도부 사퇴를 통해 새누리당은 재창당 수준이 아닌 아예 재창당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지도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다 보니 비박계도 역시 강경한 입장을 주장하지 않겠느냐"며 "물론 현재 분당론이 주류 의견은 아니지만, 점차 분당 수준의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친박계를 제외한 여야의 연합 세력이 구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탓에 오는 4일 지도부의 거취를 논의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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