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변신'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포털 서비스를 넘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도 카카오 페이지를 선봉에 내세우며 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개방형 콘텐츠 생태계를 표방하는 네이버와 콘텐츠 서비스 위주로 내실을 기하는 카카오의 대비되는 전략에 콘텐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함께 콘텐츠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목적으로 조성한 5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에스비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펀드(이하 SB펀드)'다.
네이버가 400억원, 소프트뱅크벤처스 45억원, 한국벤처투자 5억원을 출자하며 나머지 50억원은 해외 유수 기관이 함께 출자한다.
웹툰, 비디오, 게임 등의 콘텐츠 및 AR/VR 등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기술 관련 초기 기업 등에 집중 투자,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
네이버는 라인, 브이앱, 스노우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서비스를 속속 내놨고, 서비스 직접 진출과 더불어 '투자'전략과 '인수합병(M&A)'전략을 가미했다.
지난 9월 말 네이버는 라인과 함께 유럽 진출을 선언하며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에도 출자했다. 출자 금액만 1억 유로(1천233억원)다
명목상은 유럽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직접 진출보다 투자를 통해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네이버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네이버는 사실상 구글의 오픈 플랫폼 전략을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모이게 된다. 새롭게 소비자들이 모이게 되는 '콘텐츠 공간'은 네이버의 또 다른 광고 지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
네이버가 최근 다양한 종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형'으로 바꾸고 다양한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네이버의 오픈 플랫폼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제대로 완성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완성해놓고 나면 모든 트렌드 흐름을 꿰뚫을 수 있다"며 "트렌드를 알고 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된다"고 전했다.
◆카카오, '콘텐츠'로 글로벌 승부수
카카오도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콘텐츠'에 눈을 돌렸다. 네이버처럼 새로운 광고 지면의 활성화 목적도 있지만 콘텐츠는 카카오에게 있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카드이기도 하다.
네이버가 개방형으로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면 카카오는 자사 콘텐츠 서비스 '카카오 페이지'를 키워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지난 15일 이진수 카카오 콘텐츠사업총괄 부사장은 '콘텐츠를 게임처럼' 이라는 내용으로 새로운 수익형 비즈니스 모델을 알렸다.
이진수 부사장은 "콘텐츠처럼 트래픽과 매출이 동시에 폭증하는 유일한 유사 모델은 다름 아닌 게임"이라며 "우리가 멘치마킹 하는 것은 아마존도 네이버도 아닌 '모바일 게임'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용 중에 필요할때마다 '유료'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즉 카카오의 콘텐츠 서비스 '카카오 페이지' 내에서 1편을 무료로 보고 더 보기를 원한다면 '유료'로 보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는 웹툰, 웹소설에 국한됐던 카카오 페이지에서 '동영상'까지 제공하는 멀티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 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카카오 페이지는 이 방식을 도입해 10분을 무료로 보고 더 보기를 원한다면 10분 단위로 '유료' 결제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카카오의 오리지널 지적재산권(IP)이다. 현재 다음웹툰에 포진된 '오리지널' 웹툰 작품은 700여작품이 넘는다.
카카오 다음웹툰의 작품은 유독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 많다. 그동안 '은밀하게 위대하게', '26년' 등 영화에서부터 지난 2014년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윤태호 작가의 '미생' 도 모두 다음웹툰의 작품들이다.
지난해까지 다음웹툰의 작품이 영화, 드라마, 웹콘텐츠, 캐릭터 상품 등 2차 저작물로 제작된 건수는 약 300여편 수준. 이는 카카오가 네이버를 월등히 앞서는 몇 안되는 지표중의 하나다.
네이버 역시 TV드라마나 영화 외에도 다양한 웹콘텐츠 제작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네이버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것은 '송곳'을 비롯해 20여편에 불과하다.
해외 시장도 네이버가 투자 전략으로 눈을 돌렸다면 카카오는 콘텐츠에 승부를 걸었다. 지난 4월 일본에 론칭한 카카오페이지 일본 버전 '피코마'가 스타트를 끊었다.
카카오 페이지는 지난해 거래액 500억원을 넘었고 올해는 1천억원을 넘어섰다. 일본 피코마도 내년 일 거래액 1억원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카카오는 전망하고 있다.
이진수 부사장은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 IP를 바탕으로 200여 작품을 내년 중국과 일본, 미국에서 유료 비즈니스 모델로 론칭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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