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보안 소프트웨어(SW) 기업 중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그만큼 미국 시장의 벽을 넘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이런 시장을 줄기차게 두드리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파수닷컴이다.
파수닷컴은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성장해온 만큼 개인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 분야에선 잘 알려진 회사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파수닷컴을 이끌고 있는 조규곤 대표를 만났다. 조용하고 점잖은 말투와 달리 그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사업적 목표를 위해 스핀오프(분사),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카드를 고려하며 적극적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조규곤 대표는 "무슨 사업을 하든지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게 기본 모토"라며 "그러려면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게 빠르다"며 근래 회사의 행보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전략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디지털페이지' 사업 조직을 분사시켜 미국에 본사를 두기로 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는 머신러닝 기반의 메모장 서비스인 디지털페이지를 글로벌 서비스로 키우려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연내 디지털페이지 사업조직을 분리시켜 미국에 본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현지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초기자금 외 본격적인 자금은 미국에서 투자 유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페이지 뿐 아니라 기존 DRM 솔루션 사업과 문서관리 솔루션 사업까지 세 개 사업 모두 미국 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DRM 사업의 경우 올해 미국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글로벌 통신사, 패스트푸드 기업, 국제기구 등 굵직한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DRM이 이미 중요한 보안 영역의 하나지만 미국에서의 위치는 그렇지 못했다"며 "보안 사고가 점점 늘면서 드디어 큰 고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DRM과 함께 또 하나 가능성 있는 사업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건 문서관리 솔루션 '랩소디'다.
조 대표는 "그간 미국은 주로 DRM 위주로 사업을 해왔는데 최근 문서관리 솔루션에 대해 호응이 좋다"면서 "특히 문서관리 솔루션이 DRM을 파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서관리 생산성을 높이고자 랩소디를 도입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DRM에 대한 추가 수요들이 생기게 된다"며 "DRM에 더해 랩소디 솔루션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문서관리 사업 확대를 위한 M&A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서관리 솔루션 사업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일일이 뽑는 것보다 적당한 규모의 회사를 인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월 7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그는 "미국 시장이 처음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만 주류로 가면 시장이 상당히 빨리 커진다"며 "2020년 우리 매출의 30%를 글로벌 시장에서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