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현대자동차가 준대형 세그먼트의 강자로 불리는 신형 그랜저를 5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하면서 이 시장에서의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그랜저는 1986년 출시 이래 5세대를 거치면서 준대형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현대차 브랜드는 물론 준대형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 기아차 K7을 비롯해 한국GM 임팔라, 르노삼성 SM7 등 경쟁 모델의 등장은 물론 젊은 소비층의 수입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독주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의 초기 흥행 성적은 긍정적이다. 지난 2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이후 3주만에 2만7천491대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는 신차 판매가 본격화되는 내년 국내 시장에서 신형 그랜저를 10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랜저의 경우 고객 충성도가 높은 모델인데다, 한층 젊어진 디자인으로 30~40대 고객층의 유입이 예상되는만큼 판매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전일 신형 그랜저 출시 행사에서 "출시마다 준대형차 시장을 이끌어온 그랜저가 이번에도 이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며 "편리한 승차감이 주는 프리미엄 감성은 물론 다이나믹한 주행 성능을 통해 외산차를 선호하는 젊은 취향과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바람처럼 신형 그랜저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준대형 세그먼트의 강자로 군림해 온 그랜저의 풀체인지 모델인 만큼 신형 그랜저의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으나, 그 사이에 K7과 임팔라, SM7 등 경쟁 차종의 등장으로 과거와 같은 독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랜저는 올 초 출시된 기아차 신형 K7에 준대형 세단 판매 선두를 뺏긴 바 있다. 신형 그랜저가 나오기 전 차량 노후화와 대기수요 탓에 판매량이 줄어든데다, 신형 K7의 신차효과로 순위가 역전된 것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준대형 세그먼트 판매 순위를 보면 신형 K7이 4만5천825대로 1위를, 5세대(HG) 그랜저가 4만3천502대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임팔라(1만375대), SM7(6천48대) 등의 순을 보였다.
신형 K7의 강점은 음각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Z' 형상의 램프 이미지로 대변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주행성능과 연비를 향상시켰다는 점에 있다. 40대 신주류를 주요 고객 타깃으로 한다.
신형 그랜저 역시 이전 모델 대비 보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디자인과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한 주행성능 강화, 혁신적인 안전 및 편의 사양 적용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요 고객 타깃을 30~40대 젊은층으로 공략해 '프리미엄 패밀리 세단'으로의 입지를 공고히한다는 전략이다.
신형 그랜저의 출시를 전후해 신형 K7의 판매량이 주춤해지는 등 '간섭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신형 그랜저의 초기 흥행이 점쳐지면서 한동안 두 모델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법인차 수요가 증가하는 연말·연초에는 준대형 시장에서 그랜저와 K7의 한판 승부가 예고된다. 신형 그랜저 출시 시점에 맞춰 기아차가 한정판 'K7 리미티드 에디션'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것도 간섭 효과를 타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7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4천만원대 준중형 수입차 모델들도 신형 그랜저의 경쟁 상대다.
신형 그랜저는 주력인 가솔린 2.4 모델이 3천55만~3천375만원, 디젤 2.2 모델이 3천355만~3천675만원으로 강화된 상품성을 감안했을 때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30~40대 젊은 소비자들이 차체가 작더라도 수입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어, 신형 그랜저는 4천만원대 준준형 수입차로 향하는 젊은층의 수요를 끌어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 체험관과 대규모 시승 행사, 디자인 작품 전시 등 다양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젊은 고객층이 신형 그랜저를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시승차 운영 규모를 기존 대비 3개 이상으로 늘리고, 지역 본부 단위로도 다양한 시승행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이광국 부사장은 "2010년 이후 외산차와 RV(레저용 차량)의 돌풍 속에서도 준대형 시장은 월 1만대 이상 판매를 유지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라며 "신형 그랜저는 신선하고 앞선 디자인과 주행 감성으로 외산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부흥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성 등 종합적인 완성도를 높인 신형 그랜저는 30~40대 젊은층으로 고객층을 확대해 국산 준대형차와 4천만원대 수입차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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