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LTE보다 100배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 알파고로 파란을 일으킨 AI,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VR,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IoT는 이 새로운 물결의 중심에 있다.
ICT 융합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미래를 대비하는 대응 키워드는 무엇일까. 아이뉴스24가 23일 개최한 'DCC 2016'에서는 국내 대표 ICT 기업들이 참석해 이 같은 신기술 융합 비즈니스를 위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통신3사, 차세대 서비스 키워드 'AI-IoT'
SK텔레콤은 지난 9월 출시한 인공지능 대화 스피커 '누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로 거듭나는 미래상을 강조했다.
이태훈 SK텔레콤 디바이스기획본부 팀장은 "11번가, T맵 등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니즈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두꺼운 메뉴얼이 필요하지 않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누구는 인공지능, 직관적인 음성인식 사용자환경(UX)을 적용한 쉽고 간편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스스로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빠른 발전으로 상품화 단계에 이른만큼 인공지능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해를 인공지능 사업의 원년으로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출시한 것도 인공지능 생태계 확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에 따라 '누구'를 필두로 인공지능 핵심 기반 서비스(API) 를 개방해 오픈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이 5세대통신(5G)기술과 만났을 때 미래형 서비스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제민 KT 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 팀장은 "대부분의 고객은 현재 LTE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하지만, 기존 LTE 기술로는 늘어나는 데이터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5G는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제공해 대용량의 데이터 전송을 원활히 하고, 고품질의 데이터 전송 기술을 언제 어디서나 지연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미래형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모바일을 통한 대용량의 실시간 VR 서비스도 5G를 통해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현재도 VR 서비스가 있지만 아직은 사용자가 체감하기에 실감성 등이 부족한 상황. 5G 인프라는 빠른 속도의 통신,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케 해 말 그대로 360도 VR 영상을 실제 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정 팀장은 "KT는 '5G 오픈 프론티어 얼라이언스'를 통해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며 "소개한 서비스 외에 5G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팩토리의 중추가 될 IoT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용자 거주 공간에 IoT 기술을 적용한 LG유플러스의 홈IoT 가입자는 연내 50만 가구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 LG유플러스의 다음 목표는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산업 IoT 시장이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 내 IoT 설비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공장 내 모든 상황을 확인하고, 이를 분석해 스스로 제어하는 공장을 뜻한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스마트팩토리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서건 LG유플러스 인더스트리얼 IoT개발팀장은 "산업 IoT는 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홈IoT보다 진입장벽이 높다"면서도 "스마트팩토리 체제에선 설비, 제조 공법도 중요하지만 작업자의 안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는 고객사 니즈에 맞춰 LTE 전용망 기반 IoT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SI 업체가 하던 분야를 통신업체로서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내년 1분기에 구축할 IoT 전용망 협대역(NB)-IoT에 거는 키대도 크다.
NB-IoT는 이동통신망의 좁은 대역을 이용해 150 kbps 이하 데이터 전송 속도와 8km 이상의 장거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협대역 사물 인터넷 표준 기술이다. 높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스마트 가로등, 스마트 미터링 등 스마트 시티는 물론 빌딩 이상징후 확인, 미세먼지 측정과 같은 안전·환경 산업 IoT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도 'VR-IoT' 눈독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을 통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을, LG전자는 IoT를 통한 스마트홈 시장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모바일인핸스먼트(Mobile Enhancement)팀 부장은 VR을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이라 일컬었다. 여러 미디어 중에서도 현실감과 몰입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전후좌우로 돌려도 사용자의 시선이 영상 속에 머물기 때문에 압도적인 몰입감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VR은 역동적인 스포츠 현장을 다각도에서 중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열린 리우올림픽 당시에도 개막식과 폐막식, 일부 경기가 VR 영상으로 중계된 바 있다. 게임 분야에서도 1인칭 슈팅 게임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강 부장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크기는 얼마나 됐을까? 실감이 안나겠지만 VR로 그때로 돌아가본다면 어떨까?"라며 "판옥선 맨 아래층에서 직접 노를 저어 보고, 위에 올라가 적과 싸우고, 심지에 불을 붙여 화포를 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역설했다.
특히 VR이 빛날 수 있는 분야로 교육을 꼽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역사나 외국어 교육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VR 속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다. 700년 전의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나 당시 활동했던 예술가와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강원도 부장은 "VR은 사용자가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제공해 놀라움을 주는 와우팩터(흥분요소)가 있다"며 "VR 콘텐츠는 PC나 모바일 콘텐츠에 비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성장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의 달라진 소비형태와 미래상을 제시했다.
황재선 LG전자 컨버전스서비스 팀장은 "내년부터 LG전자의 스마트가전 제품은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다"며 "보안·에너지절감 등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에 집중, 기기마다 기능의 차별화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결을 통해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자의 삶에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기존에 온도조절이라는 단순 기능만을 제공했던 냉장고에 IoT 기술을 접목, 냉장고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감지해 스스로 탈취 기능을 실행하는 등 다양한 사용자경험(UX)도 고민 중이다.
황 팀장은 "IoT 시대의 핵심은 기존에 수집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어떻게 고객에게 서비스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기존보다 무엇을 혁신적으로 만들고, 차별화 할 수 있는지 또 기존에 몰랐던 정보를 취득해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이 같은 연결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앞서 OTA 방식을 통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이용해 기존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황 팀장은 이를 두고 "테슬라의 경우,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하드웨어를 바라봤다고 설명할 수 있고 이는 기존 제조사들의 기존 사고방식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과거에는 제조업체가 단순히 '앱'을 이용해 스마트 기능을 제공하고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산업 경계를 와해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IoT는 전통적인 가전 제품에 센서들이 내장, 기존에 연결되지 않았던 제품들이 연결되는 상황으로 이는 2018년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2020년이 되면 5G 기술 등을 통해 IoT 인프라가 구축 돼 머신러닝 등 고도화된 서비스가 보편화 될 것"이라고 변화의 발전속도를 예상했다.
◆VR, 글로벌 게임 전쟁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한 VR의 미래상도 제시됐다.
'모탈블리츠'로 국내 초기 VR 게임 시장을 개척한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송채훈 VRIC 사업본부장은 ▲게임 ▲광고 ▲애니메이션 ▲어트랙션 등 각종 분야에서 VR이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생소했던 VR 콘텐츠가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송 본부장에 따르면 현재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VR 콘텐츠는 1천여개. 기어 VR용 콘텐츠는 500여개, HTC 바이브용 VR 콘텐츠는 100개 가량 시중에 공개된 상태다.
게임은 VR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콘솔 게임기 업체인 소니는 지난달 '플레이스테이션VR'을 전세계 출시하며 관련 시장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도 해당 기기에 대응하는 '모탈블리츠'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테마파크에서도 VR을 접목한 놀이기구가 도입되고 있고 라이딩 VR 어트랙션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뜨고 있다.
송 본부장은 오는 2018년부터 VR 콘텐츠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큘러스 리프트' '플레이스테이션VR' 'HTC 바이브' 등 주요 VR 기기가 일제히 출시된 가운데, 대응 소프트웨어 시장 또한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 본부장은 "VR은 2014년부터 대두되기 시작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VR HMD를 제대로 경험한 사람조차 많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VR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2018년에는 VR 콘텐츠 시장이 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AI와 데이터시대의 SW
이날 행사에서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소프트웨어(SW)는 인공지능(AI)를 맛나게 하는 양념이다. 맹물에는 양념을 넣어 봤자다"라며 "AI 세상은 이미 와 있다. 단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미래는 이미 와 있었다. 단지 공평하게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미국계 캐나다 작가인 윌리암 깁스의 말에 빗댄 표현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즈(NYT)가 인용한 IDC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SW 앱의 1%만이 AI 기능을 사용하지만 2018년에는 5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장은 AI 성공의 원동력으로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 빅데이터 파워를 꼽았다.
그는 특히 "AI 성공의 원동력 중 하나인 알고리즘은 대부분 공개 SW"라며 "SW 능력은 기본이다"라며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를 SW가 이끌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기업들에게 SW 친화적 문화를 갖추기를 주문했다.
김 원장은 "AI는 컴퓨터를 좀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이며 "전부를 보지 않고 결정을 해도 전부를 다 본 것과 차이가 덜 나게 하는 것이 AI"라고 단순 명쾌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집단지성 지도를 통해 데이터의 의미를 재해석한 세션도 진행됐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는 광화문 지역 편의시설을 커뮤니티매핑(집단지성 지도)한 사이트가 열렸다.
지도에는 화장실, 편의점, 응급시설 등의 위치가 표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커뮤니티매핑으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의 위치를 확인하고 위치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이 지도를 만든 인물이 임완수 교수다. 임 교수는 지난 2005년 뉴욕화장실 지도를 만든 것을 계기로 '화장실 가이'로 알려졌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미국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땐 커뮤니티매핑으로 주유소 지도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커뮤니티매핑이란 지역의 이슈를 찾아내고, 지리 정보 기술로 정보를 공유해 해결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특히 오픈된 데이터와 데이터를 통한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기획하느냐에 따라 혁신이 가능하다.
임완수 메헤리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커뮤니티매핑은 단순히 지도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며 "지역의 지도를 만들고 이용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디드 콘텐츠 시대
콘텐츠를 통해 달라지고 있는 기업의 마케팅 변화상도 제시됐다.
김천석 구글코리아 전략광고주사업본부 부장은 "콘텐츠 폭증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마케팅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에 매스미디어 위주로 광고비를 투자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직접 콘텐츠 제작을 제작하는 것이 대안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사전적인 의미로 볼때 광고의 한 형태이며 특정 브랜드를 홍보할 목적으로 브랜드가 직접 투자해 제작한 콘텐츠를 뜻한다. 또 다른 정의로 제3자 제작한 콘텐츠에 브랜드를 삽입하거나 부착하는 형태와는 구분해서 브랜드 스스로 제작하고 소유한 콘텐츠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브랜드 스스로 제작을 주도한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김 부장은 브랜디드 콘텐츠의 등장과 주목 이유에 대해 세가지 미디어 환경변화를 예로 들었다.
첫번째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다. 지난 10년간 더욱 강력해진 인터넷과 웹의 중요성은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극대화됐다. 두번째는 소비자의 행태 변화다. 현재는 모바일의 발달로 한 개인을 정의하는게 아닌 한 개인의 '순간'까지 정의하는게 가능해졌다.
세번째 변화는 마케팅 프로세스의 변화다.
김 부장은 "스웨덴의 언더웨어 브랜드가 론칭하면서 전세계 지역중 투표를 통해 가장 인기 있는 곳에 속옷을 투하하는 이벤트를 했다"며 "네티즌들은 장난기가 발동해 북한 평양에 몰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마케팅 시나리오는 창의 적인 디렉터나 광고주가 주도한 것이 아닌 소비자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간 사례"라며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나는 형태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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