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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비트코인으로 결제·송금 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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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훈 코인원 대표 "글로벌 해킹 대회 수상자…보안 자신 있어"

[윤지혜기자] 지난 2009년 혜성처럼 등장한 비트코인(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가상화폐)은 시장의 관심 속에 수년간 급등락을 반복하다 지난해부터 안정세를 찾아가는 중이다.

최근엔 '안전자산'으로까지 분류되고 있다. 금처럼 공급량에 제한된 데다, 환율 변동에서 벗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미국 대선 등 굵직한 글로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위험을 헷징하려는 자금이 몰려들어서다. 비트코인 시장의 제2막이 열린 것이다.

국내 비트코인 시장도 급성장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상위 3곳의 거래량은 약 1조5천64억원에 달했다. 월평균 거래량도 지난해 대비 약 6% 증가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는 "비트코인 활용처가 넓어지면서 시장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송금, 온·오프라인 결제시스템 등 비트코인을 실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비트코인 사용자도 자연스레 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인원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디지털통화 거래소를 기반으로 ▲증권사 예수금 입금 서비스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 결제서비스 등의 디지털통화 결제 솔루션 '코인원 페이'와 ▲블록체인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운영하고 있다.

차 대표는 코인원의 강점으로 '블록체인계의 어벤저스급 구성원'을 꼽았다.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이진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전문 선물거래소 '코인덱스'의 전 대표인 임상혁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비트코인 전문가들이 한 데 모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비트코인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업계 후발주자로서 선두주자를 제치고 거래량 1위 거래소로 올라서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비트코인 전문가들이 모이다 보니 이더리움 거래소 최초 오픈 등 디지털통화 최신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운트곡스 반면교사…멀티시그 월렛으로 보안성 'UP'

차 대표는 글로벌 해킹 대회인 데프콘과 코드게이트에서 입상한 해커 출신이다. 그런 그가 비트코인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평소 주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때 시스템트레이딩 알고리즘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지요. 그러다 지난 2014년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도쿄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했을 때, 비트코인 사업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융에 관심이 많은 데다, 보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니 제게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차 대표는 마운트곡스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거래소 보안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비트코인 보안업체 '빗고'와 제휴해 국내 최초 '멀티시그(Multi sig) 월렛' 시스템을 구축한 까닭이다.

멀티시그 월렛이란 비트코인 거래 시 필요한 암호화키를 3개로 분산해 거래소와 사용자가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거래소가 2개를 갖되 이 중 하나를 사용자의 패스워드로 암호화하고, 마지막 남은 키는 사용자가 보관하는 구조로, 거래소와 사용자가 동시 해킹당하지 않는 이상 2개의 키를 모두 빼앗을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차 대표는 "기존에는 암호화키를 한 개만 제공했기 때문에 거래소가 해킹당하면 거래소가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었다"며 "코인원은 분권화를 통해 해킹에 대비하는 등 보안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인원은 연말까지 거래소 내 마진거래 정식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마진거래란 비트코인 가격 변동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얻는 거래 형태로, 매매대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개시증거금(투자원금)을 코인원에 예탁한 뒤 필요한 비트코인을 차입해 매매할 수 있다.

차 대표는 "비트코인을 샀을 때 발생하는 포지션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해외 비트코인 선물을 매도하거나,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매도할 수 있다"며 "마진거래가 투기상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이 신용거래나 선물·옵션거래 등을 통해 계속 발전해왔듯 비트코인 시장도 파생상품이 나와야 더욱 견고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결제·송금 서비스로 시간·비용 절감"

코인원은 비트코인을 실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송금 서비스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8월 공개된 중국 대상 해외송금서비스 크로스의 경우, 오픈 한 달 만에 약 100여건, 총 1억원의 송금 실적을 기록했다. 송금 수수료가 1%대로 기존 은행 송금 대비 20%가량 저렴한 데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2~3일씩 걸리던 송금시간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한 덕분이다.

차 대표는 "해외송금시장의 50%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중국을 첫 번째 타깃으로 잡았으며, 이를 발판으로 일본과 베트남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소액 송금 수요가 많지만 은행 송금 수수료는 10% 가까이 되는 등 거래 비용이 커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트코인 해외송금서비스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송금은 반드시 은행을 거치도록 돼 있어, 핀테크업체가 사실상 '무등록 업자'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코인원 측은 수차례 법률검토를 받은 결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핀테크업체도 외환송금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금융 당국이 내년 1분기까지 디지털통화의 제도권 내 편입을 추진할 예정이라 비트코인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기재부, 한국은행은 디지털통화 제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차 대표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논란 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에 관한 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부에서 금지하면 비트코인 사업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형성됐던 만큼, 비트코인이 법적으로 정식 지위를 갖게 되면 이러한 불확실성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제도화 움직임을 반가워하면서도 자칫 금융위가 디지털통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차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 디지털통화시장이 충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P2P대출처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한도를 정하거나, 원화 예금·출금을 제한하는 등의 강한 규제가 들어오면 업계 타격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인원은 결제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쇼핑몰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해 결제할 수 있는 해외직구센터의 문을 연 것에 이어 연내에 대신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비트코인을 증권거래계좌예수금으로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POS단말기에서 비트코인으로 물품을 결제할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 완료했다.

차 대표는 "코인원의 목표는 기존의 복잡한 금융시스템에서 탈피해 결제·송금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것"이라며 "비트코인 거래소를 기반으로 결제·송금 분야의 시간과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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