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그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누적돼온 구조적 한계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민생 중심의 정책 기조 아래 산업의 체질 개선과 고질적인 자금난 해소, 희귀질환 지원 확대 등 청사진이 제시됐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 기대감까지 나오며 천만 탈모인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https://image.inews24.com/v1/7fd694f39329b0.jpg)
바이오 기업들 너도나도 '자금난'에 곡소리…李, '국가투자·책임강화'로 화답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공개한 정당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산업 관련 주요 공약은 △국가 투자와 책임 강화 △희귀 난치 질환 지원 확대 등이다.
특히 이 중 '국가 투자'는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정부의 전략적 개입과 정책 일관성 확보를 의미한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업계의 절박한 요구와도 직결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올해 4월 23일부터 5월 9일까지 11일간 13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75.7%가 자금난으로 연구개발(R&D)에 차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8.2%는 자금 문제로 경영권 매각까지 검토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바이오 기업들이 겪는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응답 기업들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뿐 아니라, 과도한 규제, 비현실적인 제도, 단기성과 중심의 국책과제 운영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목했다. 특히 정부 지원 사업이 실질적인 기술 상용화보다는 단기간 성과에 치중돼 있어, 오히려 산업 생태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책임 강화' 공약은 산업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단기 실적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이 담긴 공약으로 평가된다. 또한 재임 기간 중 여대야소 구도가 형성된 만큼, 관련 법·제도 정비와 예산 집행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구상한 국가 주도의 전략적 투자는 민간 자본의 참여를 촉진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바이오 강국인 미국은 2008년부터 10년간 10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매사추세츠 생명과학 이니셔티브(MLSI)'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과학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MLSI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평균 50%의 고용 증가를 기록했고, 프로그램 기간 동안 42건의 특허를 보유할 수 있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막연한 투자가 아니라 성과로 바로 연결할 수 있거나, 그 성과를 지표화해 사회에 환원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고민했다"며 "또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명확화해서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도 이를 이해하는데 수월했으면 좋겠다는 취지가 공약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https://image.inews24.com/v1/4c633fb28210f7.jpg)
허리 휘게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R&D 환경 개선으로 약가 잡는다
'희귀 난치 질환 지원 확대' 공약도 눈에 띈다. 민주당은 1형 당뇨, 소아비만·소아당뇨 등 질환에 대한 지원 확대와 국가책임 강화를 함께 약속했다. 건강보험을 확대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해당 공약이 제시된 배경에는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공공 지원의 부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희귀질환 환자는 약 65만명으로 추정되며,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아비만 당뇨병 역시 매해 5~6%씩 늘고 있으며, 특히 1형 당뇨는 인슐린에 의존해야 하는 질환으로 평생 치료가 필요하다.
고가 치료제와 제한적인 건강보험 적용은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과 지방 거주자의 의료 접근성 격차가 뚜렷해 국가의 제도적 개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조원준 수석은 해당 공약의 핵심은 신약 R&D 환경 개선 구축과 연관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보험의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신약 접근성을 높이려면 기존 (오래된 고가) 약의 퇴출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구약이 산업 역사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더 효과적이고 저렴한 약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대체될 수밖에 없다. 신기술 진입을 위해서는 기존 약의 은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전문가 이미 영입"…탈모약 건보 적용 확대될 듯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 공약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바이오산업 육성과 연계해 실질적인 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1880억원으로, 2020년 1542억원에서 4년간 약 22% 증가했다.
민주당은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강충경 펩시젠 대표 겸 프롬바이오 사외이사가 주인공이다. 제약·바이오 산업 인사 중 유일하게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카이스트 대학원 생명공학 박사 출신으로, 풀무원 연구소장, 삼양제넥스 바이오사업 팀장, 호서대 나노바이오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펩스젠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는 펩타이드와 항균 펩타이드 등 기능성 펩타이드 연구를 통해 잇달아 특허 출원에 성공한 기업이다. 펩타이드는 단백질보다 작은 아미노산 물질로, 약물 전달이나 항균 작용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갖췄다. 프롬바이오는 줄기세포 기반 탈모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강 대표는 앞서 서울시 코로나19 방역물품대책본부 자문단장을 맡아 방역 물류 체계 수립과 정책 조정에서 뛰어난 실행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세계 최초로 '내성 없는 펩타이드 항생제'를 개발해 미국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도 했다.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어, 바이오 분야에서 실무 경험과 연구 성과를 고루 갖춘 인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https://image.inews24.com/v1/07ae04ea4661b1.jpg)
대선 기간 중 강 대표가 맡은 직책은 민생살리기본부 부본부장이다. 민생살리기본부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산하 조직으로, 실질적인 민생 회복과 서민 경제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삼는 전략본부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 과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강 대표는 향후 중소기업과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자생력 있는 기술 중심 기업의 규모 확대, 고용 창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 기반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지난 대선(2022년)에서 소소하지만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취지로 탈모 치료 공약을 제시했었는데, 당시 국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이 정도의 국민적 호응이 있다면 공약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공약은 재정 소요가 크기 때문에 정책적 측면보다 정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 의료보험 전문가들은 탈모약 보험 적용이 보험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 당내에서도 탈모약의 보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재정 부담이 큰 만큼 세부 설계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8년 22만5000명에서 2022년 24만8000명으로 연평균 2.5%씩 증가했다. 2022년 기준으로 탈모 환자 중 20·30대 비중은 40.1%였다. 성별로는 남성이 55.4%, 여성이 44.6%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환자 기준으로, 잠재적 탈모 환자를 포함하면 실제 탈모 인구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은 탈모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20%인 1000만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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