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까지 후속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상장사 10곳 중 8곳은 2차 상법 개정 시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7%는 2차 상법 개정 시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고 24일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301곳인 반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곳은 574개로 273개 더 많았다.
대한상의는 "이미 '중소→중견' 성장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2차 상법 개정 시 '중견→대기업' 성장 메커니즘까지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반영될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74%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38.6%가 '경영권 위협 우려는 낮지만 가능성 자체는 존재한다'고, 28.7%는 '주주 구성상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는 곳도 6.7%였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재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선 39.8%가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를 주도해 이사회 견제가 심화할 것'을 꼽았다.
'감사위원 후보 확보 및 검증 부담 증가'(37.9%), '감사위원의 이사 겸직으로 이사회 내 의사결정 방해 및 지연'(16.5%), '경쟁기업 추천 감사위원의 기업기밀 유출 가능성 확대'(5.8%) 등 지적도 많았다.
기업 현장에서는 2차 상법 개정 논의에 앞서 1차 상법 개정의 보완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상장사 38.7%는 '정부의 법 해석 가이드 마련', 27.0%는 '배임죄 개선·경영판단 원칙 명문화'라고 응답했고, '하위법령 정비'라고 응답한 기업은 18.3%였다.
대한상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주주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기존 판례로 인정되던 경영판단 원칙이 여전히 유효한지 등에 대해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향후 주주에 의한 고소·고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배임죄 개선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상장사 44.3%는 '모호한 구성요건'을 꼽았다.
이어 '지나친 가중처벌'(20.7%), '쉬운 고소·고발 절차'(18.3%), '40년 전 처벌기준'(12.0%), '경쟁기업 기밀입수 위한 수단으로 배임죄 고소 악용'(4.7%)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배임 등으로 3원화돼 있다.
대한상의는 이 중 특경법 배임죄는 주요국 중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중처벌 규정으로, 처벌 기준인 5억원·50억원은 41년 전인 1984년 제도 도입 당시 그대로여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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