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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가대표 AI' 경쟁…뺄셈말고 덧셈, 곱셈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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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국내 1등은 이제 정말 아무 의미 없잖아요. 우리가 힘을 모아서 글로벌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네이버클라우드 각 세종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나온 류석영 KAIST 교수의 발언이다. 정부의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공모에 15개 컨소시엄이 몰린 가운데, 업계에서는 '로열 럼블(복수의 경쟁자가 시작해 한 명씩 탈락하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경기)' 같은 경쟁 구조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김 부사장은 "5개를 뽑았다가 한 명씩 떨어지는 로열 럼블 같은 느낌"이라며 "떨어지는 팀조차도 패배자가 아니라 그들의 결과물이 다음 라운드 팀들에게 잘 녹아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탈락팀의 연구 성과와 인력까지 생태계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재 구조를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적이다. 이번 주 서면평가로 15개 팀 중 10개를 선정한 뒤, 다음 주부터 발표 평가를 거쳐 최종 5개 팀을 뽑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6개월마다 1팀씩 탈락시켜 최종 2개 팀만 남기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한국 AI 역량의 총집합체인 15개 컨소시엄을 결국 2개팀으로 압축하는 셈이다.

정부 입장도 이해는 간다.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 환경과 제한된 자원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경쟁을 통해 품질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탈락한 팀의 기술과 성과가 그대로 묻혀버리는 구조라면 이는 국가 자산의 대량 폐기나 다름 없다. '탈락=실패'라는 이분법이 만든 낙인은 그동안 쌓아온 인재와 경험을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든다. 중요한 건 누가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어떤 결과물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느냐다.

이번 공모의 집행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박윤규 원장도 이같은 우려에 공감했다. 그는 "15개 기업 또는 기관이 참여했는데 사실 대한민국 전체의 AI 역량"이라며 "이걸 뺄셈을 할 게 아니고 덧셈 또는 곱셈을 할 수 있는 방식을 같이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직접 AI 모델을 개발하고 실패를 경험해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에 화답했다. 배 장관은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며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잘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15개 참여사의 성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연계 활용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류 교수가 제시한 해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백악관이 C언어 프로그램의 러스트 전환을 권고한 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나온 대규모 과제에는 6개 대학 팀이 참여하고 있다. 조건은 '오픈소스'다. AI 기반 툴 개발을 위해 3개월마다 성과를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는 구조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전체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한국도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치킨게임식 경쟁으로 하나의 '국가대표'를 만드는 것보다 15개 팀의 다양한 강점을 살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학습용과 서비스용 데이터센터를 구분하고, 국산 NPU 생태계도 함께 키우며, 오픈소스 기반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김 교수가 강조했듯 결국 이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생태계를 키우는 것은 '오픈소스'다. 이미 우리 정부도 공모의 핵심 평가기준으로 '오픈소스'를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할 공모 과정은 폐쇄적 경쟁이 아닌 개방적 협력으로, 뺄셈이 아닌 덧셈과 곱셈으로 한국 AI의 미래를 그려가길 기대한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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