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생성형 AI(인공지능)는 기존보다 10~100배 이상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한다. 2030년까지 네트워크 트래픽의 3분의 2 이상이 AI 트래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들의 망무임승차가 이어진다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들은 투자 여력을 잃고, 결국 AI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망 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네이버 등 국내 CP와는 달리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대형 CP는 한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부담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망 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aa1952ebe06f3.jpg)
"망 이용대가 납부 시 ISP 네트워크 투자와 5G·6G 고도화 가능해질 것"
신 교수는 대형 CP의 과도한 트래픽 집중이 국내 ISP의 통신망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을 살펴보면 글로벌 CP가 국내 트래픽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ISP들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매년 약 8.7조 원을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에 투자하지만, CP들은 기여하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CP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망 이용에 대한 무상성을 주장하고 있다. 신 교수는 반박했다. 그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소송을 사례로 들며 망 이용대가의 유상성은 이미 법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판결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망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며 "접속료 이중 청구라는 넷플릭스의 주장도 잘못됐다고 결론 났다.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망 무임승차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 교수는 "망 이용대가 정책 논란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도 대형 CP가 일정 수준 이상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면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나 계약 체계가 이미 정착돼 있다. 유럽연합(EU)은 아예 법안으로 제도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망 이용대가 납부에 대한 법제화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신 교수는 "FTA 위배와는 연관이 없다. 해외 사업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일 기준을 적용한다면 FTA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CP들은 이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해외 대형 CP들은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분담하지 않는 역차별적 구조가 문제"라며 "국내 ISP와 CP 간 협상력의 비대칭을 보완하기 위해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EU의 GDPR(개인정보보호법)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일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망 이용대가 입법이 이뤄지면 트래픽 유발 주체가 공정하게 기여하게 되고, ISP들의 네트워크 투자와 5G·6G 고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망 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7456952d20521.jpg)
학계 이어 정치권·시민단체도 입법 공감⋯"불균형 문제 해소해야"
이종명 성균관대학교 교수도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를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 교수는 "망 중립성이라는 표현은 원래 기술적인 차단이나 트래픽 차별 방지를 위한 기술 규범의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CP 즉, 콘텐츠 사업자들이 계약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특정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정치적 언어 사용의 전형"이라며 "망 이용대가는 실제 트래픽에 기반해 이용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계약상의 문제일 뿐이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마치 ISP가 이용자 서비스 권리를 박탈하는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도 신 교수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방 위원장은 입법화 시 강제 조항 또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등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3개를 포함해 모든 법안에 동의하지만, CP들이 만일 계약을 거부할 시에 발생할 분쟁을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며 "강제 조항이 없으면 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방 위원장은 "2021년 구글 갑질 방지법도 강제 조항이 없어 현재까지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며 "대형 CP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대형 CP는 반드시 계약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민 의원은 "AI 시대에 맞이해 인터넷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트래픽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술 혁신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는 공정한 비용이 마련돼야 하지만, 일부 대형 사업자들이 전체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책임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자율적 계약을 원칙으로 하되,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 사후 규제할 수 있는 제도 기준과 안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