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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높았지만, 저희 우정은 그보다 더 높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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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상 학생들, 다리 불편한 친구 위한 ‘따뜻한 동행’ 귀감

[아이뉴스24 장예린 기자] “처음엔 그냥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같이 웃고 울고 추억을 쌓는 친구가 돼 있더라고요.”

충북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 박지수(18) 양에게는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두 친구, 안수영(18)·신민정(18) 양이 있다.

뇌병변 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수 양은 이동과 식사 등 학교생활 곳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두 친구들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활기찬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수(앞줄 가운데)·신민정(뒷줄 왼쪽)·박지민(뒷줄 가운데)·안수영(뒷줄 오른쪽) 학생이 <아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세 사람의 인연은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이 되면서 시작됐다.

그저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였지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게 됐다.

신민정 양은 “도와준다는 생각보다, 친구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친구가 곤란해 하고 힘들어할 때 옆에 있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수가 ‘고맙다’고 말해줄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기뻤다”고 말했다.

안수영 양은 “지수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도와주는 게 어렵지 않아졌다”면서 “오히려 많은 걸 배우고 있다.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2학년 박지수(앞줄 가운데)·안수영(뒷줄 왼쪽)·박지민(뒷줄 가운데)·신민정(뒷줄 오른쪽) 학생이 <아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두 친구는 지수 양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휠체어를 들어주거나, 몸을 부축하며 옆을 지켰다. 점심시간엔 식판을 챙기는 일도 자연스럽게 해왔다.

특히 지수 양은 다른 사람들이 휠체어를 밀어주는 것 보다, 두 친구가 밀어주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언니가 아닌, 다른사람이 휠체어를 밀어줄 때 많이 불안했다. 하지만 두 친구는 믿고 맡길 수 있다”면서 “도와주는 일이 당연한 건 아니지만, 친구들이 먼저 챙겨줘서 너무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잊지 못할 순간’으로 비 오는 날을 꼽았다.

박지수 양은 “급식실이 언덕 위에 있는데, 비 오는 날 친구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우산을 함께 쓰며 젖어가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한번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졌었는데, 함께여서 오히려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이런 동행은 학교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견학하거나 기업체 탐방 등 외부 체험활동에서도 두 친구는 지수 양의 휠체어를 밀며 발을 맞췄다.

두 친구는 “지수를 도와주면서 그냥 즐거웠어요. 더 친해졌고, 많은 걸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박지수(맨 앞)·안수영(가운데줄)·박지민(맨 뒷줄 왼쪽) 학생과, 조경서(맨 뒷줄 가운데) 담임교사, 신민정(맨 뒷줄 오른쪽) 학생이 <아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예린 기자]

중학교 시절엔 특수교사나 가족에게 주로 의지하던 지수 양은 두 친구로 인해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지수 양은 “초등학교 땐 괴롭히는 친구들도 있었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두려웠다”면서 “지금은 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존감도 높아졌고, ‘좋은 친구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수 양의 쌍둥이 언니 지민(18) 양은 곁에서 지켜본 변화를 누구보다 깊이 느꼈다.

그는 “편견을 가지지 않고, 지수를 ‘장애인’이 아닌 ‘그냥 지수’ 그 자체로 바라봐 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수 양은 “혼자였다면 힘들었을 학교생활이, 두 친구 덕분에 즐거운 시간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봐 온 학교 측도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조경서 담임교사는 “편견 없이 친구를 대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세 학생의 진심 어린 우정은 작은 배려에서 출발해 함께 자라며 잊지 못할 ‘동행’이 됐다.

/청주=장예린 기자(yr040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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