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재명, '공공의료 전국 확대' 위험한 생각 확신"[종합]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과인 '성남의료원'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3400억원 누적 적자와 저조한 병상 가동률 등 문제점을 들어 "오늘 방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공공의료 전국 확대에 동의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재명 흠집내기, 시민들이 거부한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성남의료원'을 찾았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0년 성남시장이 된 직후 설립이 추진된 곳으로써, 시민운동 변호사였던 그가 의료 공백 해소를 이유로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로 평가된다.

이준석 후보가 성남의료원 정문에 들어서자, 시민 단체의 거센 저항이 시작됐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흠집 내기하는 이준석 후보의 의료원 방문을 성남 시민들은 거부한다"며 "공공의료 파괴를 중단하고, 의료원의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남의료원은 이재명 후보 혼자 만든 공공병원이 아니라, 성남시민 모두가 의기투합해서 건립한 공공병원"이라며 "코로나19 당시 감염병 전담병원 전체 5%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 70%를 치료한 것은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 준 역사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후보가 의료원에 들어가려고 하자 몰려들어 "준석이는 집에 가라", "왜 성남에 왔나", "오지 마라", "공공의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당장 나가라" 등 발언을 통해 항의했다. 경찰과 경호원은 몰려든 이들로부터 이 후보를 둘러싸고 보호에 나섰고, 이 후보는 침묵한 채 정문으로 들어섰다.

한호성 성남의료원 원장은 이 후보와의 간담회에서 시민단체의 항의를 겨냥해 "들어오는 데 불편함은 없었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는 "별로 불편한 것은 없었다"며 "환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좋게 말씀해 주네요"라고 감사를 표했다.

의료진·병상 모두 정원 절반 수준…재무구조도 악화"

성남의료원 측은 현안 보고를 통해 의료원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의료원 측에 따르면, 의료원 인력은 정원 1229명 중 절반 수준인 696명이 현재 근무하고 있다. 이 중 근무 의사는 정원 99명 중 57명, 간호직원은 548명 중 298명 뿐이다. 병상의 경우 509병상 규모로 구성됐지만, 현재는 중환자실을 포함해 299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매진했던 2022년을 기점으로 일반 진료체계 전환이 늦어져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라면서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 감소로 재무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성남의료원의 경영 상황을 보고 받은 직후, 한 원장에게 "인력난이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병상 가동률이 저조한 것은 인력수급 문제를 제외하고 다른 요소가 있는가" 등 개선 가능성을 물었다. 특히 "적자가 난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가지기 보다는 활성화될 여지가 파악되면 진행하려고 한다"면서도 "적자 폭이 줄 거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악화하는 모양새인데, 개선 가능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천하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성남의료원이 특성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병상 가동률이 낮아지고 재정이 투입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공공의료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천 위원장의 질의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하는 만큼, 한 원장은 즉답을 피하면서도 "공공의료가 모든 의료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라면서 "잘되고 있는 의료는 잘하게 놔두고, 공공의료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따로 떼서 문제를 따지고 정부가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의료를 더 많이 만들어 우리나라 전체 건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윤종필 행정부원장은 '성남의료원 활성화 가능성'에 대해 "공공이 전체 의료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대학병원은 대학병원대로 하고, 공공의료는 공공의료대로 하는 등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면서 제대로 나가면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환자들, '공공' 보다 병 잘 고쳐야 좋아해"

이 후보는 간담회 직후 관계자들과 병원을 돌며 실태 파악에 나섰다. 성남의료원 내 병동은 대부분 신식으로 마련됐다. 의료원 관계자는 "최초 설계할 때, 의료 시설 기준에 부합되도록 설계해서 시설은 규격대로 모두 정리됐다"며 "환자들이 입원하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이 후보는 "사람이 없네, 사람이"라고 말했다.

병상을 둘러본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공공의료에 구현된 사례 중 하나인 성남의료원 현장을 둘러봤는데, 다른 공공의료원에 비해 많은 액수인 400억원이 지원되는 곳임에도 빈 병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3400억원 정도의 누적 비용 지원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병원이 기획된 것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의료진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초 공공의료 수요 예측과 운영 모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 같다"며 "이재명 후보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던 것인데, 현재 상태를 성공적으로 평가하는지. 아니라면 왜 확대하겠다고 공약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 여건이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제일 좋은 곳 중 하나인 성남시도 부족한 측면이 있는데, 지방 의료를 공공의료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 있는 공공의료 모델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는 "지역사회에서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가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면, 이 부분을 (공공의료가) 특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별로 발굴한다면 (특화시킬 수 있는) 다른 요소가 있을 것이고, 이는 지역 내 역학 조사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 소비자는 굉장히 냉정하기 때문에 '공공'이라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내 병을 잘 고치면 좋은 것"이라며 "공공의료 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공공의료원이 특별히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당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의료만이 공공의 영역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전체 자체가 (공공의료원이) 잘못 설계된 것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성남의료원에 대해선 "이미 세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방문을 통해 동의하기 어려워졌다"며 "성남의료원이 가동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확한 운영 모델과 성과가 확립되기 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이재명 후보의 생각은 위험하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