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국가안보 과제'로 규정하고 전 주기적 대응체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드러난 원료 공급 불안과 해외 의존도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지만, 제약 업계에선 약가 제도 개선 없이는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d9ae643b1dbbe.jpg)
李,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에 강한 의지…"팬데믹 시기 한계 드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중앙공약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 요구를 반영해 국가 주도의 투자 확대와 책임 강화를 약속했다.
핵심 공약으로는 △전문 인력 양성 △의약품 수요 예측 가능성 확보 △의약품 위험분담제(RSA) 적용 확대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화 등이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주목되는 공약은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다.
이 대통령은 해당 공약을 단순한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안보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인도 등 주요 원료 생산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국내 제약사들이 항생제·해열제 등 필수의약품의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공급 지연과 품귀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산 의약품 생산 기반이 해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의약품 수급 불안은 국민 건강권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했고, 가격 변동성 우려까지 겹치며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공중보건 대응 역량이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교훈 삼아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생산과 수급 체계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채택했다.
공급망 안정화 실행 방안은?
이 대통령은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놨다. △필수·퇴장방지 의약품 생산시설 지원 △비축 물량 확대 △성분명 처방 도입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 구축 등이다.
핵심은 공급 기반을 강화해 의약품의 수요 예측과 효율성을 높여 전 주기적 공급망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우선 수익성이 낮아 생산이 중단될 우려가 있는 필수의약품의 제조시설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 생산 유인이 부족한 품목에 대해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특정 품목의 생산 중단이나 시장 철수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비축 물량을 대폭 확대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감염병 유행이나 국제 정세 변화 등 위기 상황에서도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수요 관리 측면에선 '성분명 처방 도입'이 주목된다. 이는 필수의약품에 한해, 동일 성분 의약품 간 대체 사용을 가능하게 하고 특정 품목에 수요가 집중돼 발생하는 품절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업계는 이를 국민의 약 선택권을 확대하고 공급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처방 정보와 약국·도매상 재고를 연동함으로써 수요 예측의 정밀도와 이에 따른 유통 조정의 신속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예상치 못한 품절 사태를 대비한 공공 위탁 생산·유통 시스템 구축도 예고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b69df039e9fe6.jpg)
제약 업계 "원료 자급화도 중요…약가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다만 업계는 약가제도 개선이 없이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필수의약품 품절 현상의 주요 원인은 원료 수급 불안도 있지만, 약가 인하로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현행 약가 제도에서는 필수의약품 가격이 고정되거나, 실거래가 재평가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인하된다. 원료비나 인건비가 상승해도 약가 인상을 받기 위해선 공급 부족 우려 등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해, 사실상 비용 증가분을 바로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필수의약품 공급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원료 자급화가 병행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약가가 계속 인하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산보다 비싼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은 제약사에 큰 부담이다. 결국 자급률은 떨어지고 해외 의존도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새 정부에 약가 제도를 R&D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할 것을 당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다"며 "혁신의 결실에는 정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며, 예측 가능하고 통합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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