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윤석열 정부 집권 3년만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헌정사상 대통령이 위헌·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파면되고 새 정부가 들어선 것도 전례가 없지만, 국회 의석수 3분의 2에 가까운 우군을 등에 업은 정부의 탄생도 처음이다. 이른바 통치권력과 행정권력, 의회권력을 모두 아우른 초거대 정부권력의 탄생이다. 정권을 내 준 여당이 야당으로 공수가 바뀌었지만 깊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대감이 높아진 국민 수준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유일한 견제세력이라는 평가다.
'내란극복 동지' 범진보…'184석' 확보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시잔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c5d24b9f007117.jpg)
'이재명 정부' 탄생의 주요 원인은 '12·3 비상계엄 사태'다. 그러나 그 의미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을 '내란 극복의 적임자'로 부상시켰을 뿐 아니라 원내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어 '민주·진보 연합'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들어낸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다.
'여대야소' 정국은 앞서 역대 정권에서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재명 시대'의 '여대야소' 구도는 결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차(2020년 4월·21대 총선)에 형성된 이 구도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여당의 자중지란까지 더해지면서 이 대통령에게 임기 초반부터 160석 이상의 의회 권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줬다. 야당의 견제 없이 이 대통령이 국정 비전을 관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원내 범진보 세력을 아우르면서 전통적인 여야의 이분법이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5당 원탁회의'가 단적인 예다. 민주당이 야당 당시 구축한 범진보 연합은 '내란 극복'을 명분으로 '강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이 또한 헌정사상 첫 사례로 꼽힌다.
한 진보 정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내란 세력(국민의힘)의 저항이 강했던 만큼, (대선에서) 이들을 압도할 정도로 가장 거대한 광장 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협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의회 우군'은 여당인 민주당(167석)을 비롯해 조국혁신당(12석),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등 184석으로 봐도 무방하다. 헌법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하는 개헌을 제외하면 어떤 법안이든 관철할 수 있는 환경이다.
각 정당 '아젠다' 해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시잔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32fc4eb1755ef5.jpg)
최근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이른바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법안'(채상병·내란·김건희 특검법)이 이재명 정부 출범 하루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도 국회 권력이 재편된 결과물로 꼽힌다.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에) 폐기된 법안은 언제든지 재추진되지 않겠느냐"며 "전 정부가 워낙 폭력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모두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으니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초거대 입법 권력과 동행 중이지만 변수도 없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의 범진보 연합 이면에는 각 정당의 아젠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교섭단체 허들을 낮추는 문제다. 앞에서의 진보 정당 관계자는 "소위 청구서를 내밀 생각은 없지만, 향후 국정 과제에 소수 정당의 가치와 전략이 포함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최대 협력자 격인 조국혁신당은 보다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 대통령과 함께 윤석열 정부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는 조국 전 대표의 사면 문제다. 이재명 정부 집권 후 첫 전국선거인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 조 전 대표의 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쟁자 관계로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생 맡길 수 있는 대통령"…압도적 지지 몰아줘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시잔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c591250c18182e.jpg)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을 맡게 된 이재명 정부는 내각과 체제 정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우선 공약으로 강조한 '경제 회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민생 회복'은 국민적 기대이자 이재명 정부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을 조사(응답률은 8.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한 결과,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58.2%(매우 잘할 것 45.8%, 대체로 잘할 것 12.4%)로 높게 나타났다. 최우선으로 추진할 국정 과제로는 '경제 회복 및 민생 안정'이 41.5%로 '검찰·사법 개혁'(20.4%)의 두 배가 넘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통령이 처음 내린 행정명령도 '비상경제점검 TF' 구성이다. 그는 취임 첫 날 직접 주재한 TF 회의에서 경기·민생 대응책과 더불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위한 재정여력과 추경이 가져올 경기부양 효과 등을 집중 질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첫 국정 드라이브가 '추경'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여대야소'는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국정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국민 기대로 연결된다. 문제는 현 정권에 대한 국민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10년 주기설' 깬 문재인 정부의 '악몽'
![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시잔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7323807cb6f0c1.jpg)
문재인 정부는 집권 4년 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180석(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라는 대승을 거두며 '슈퍼 여당'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무색하게 국민은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줬고, '정권 10년 주기설'은 윤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처음 깨졌다.
당시 민주당의 패배에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대표적으론 부동산 실패와 이른바 '조국 사태'가 꼽힌다.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논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빠 찬스' 등 국민이 바라는 높은 도덕적 기준을 문재인 정부가 충족하지 못하면서 민심은 빠르게 돌아섰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 교수는 "국민은 현재 민생 안정과 회복을 원하는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이재명 정부가 무엇을 해도 국민은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민생 안정과 회복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관철시키려는 (거부권)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킬 경우 민생 회복을 원하는 국민 입장에선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여론은 중도가 주도하는데,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 힘을 보탰지만 이후 부동산 문제로 등을 돌렸다. 이재명 정부 지지율의 키는 '민생 안정과 성장'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이 얼마나 피부로 느끼는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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