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유범열 기자]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권의 위헌·불법적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심판 민심'에 힘입어 출범했다. 헌정사상 가장 많은 유권자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대통령 파면이라는 일방적 구도에서, 국민의힘 등 범보수 지지율도 적지 않아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그런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한 국민 여론의 대립 구도가 고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b6cbc27af4c5b.jpg)
사상 최초 1700만표 획득…과반 득표는 실패
이재명 대통령은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1728만 7513표(49.42%)를 얻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1700만 표를 넘긴 대통령이 됐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기록한 1639만 표를 100만표 가까이 뛰어넘은 역대 최다 득표다.
그러나 압도적인 득표수에도 불구하고 과반 획득에는 실패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의 합산 득표율은 49.49%로, 실질적 득표율에서는 범보수 후보군이 앞섰다. 이는 정권교체는 이뤄졌지만, 국민의 정치적 방향성에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정치·사회적으로 분열과 대립이 더욱 표면화 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세력 모두 광장으로 나와 서로를 향해 '반국가세력', '내란동조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분열은 선거 이후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먼저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에서 '국민 통합 및 갈등 해소'(12.8%)가 '경제 회복 및 민생 안정'(41.5%), '검찰개혁 및 사법개혁'(20.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응답을 받았다. 이 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무선(100%) 자동응답방식으로 수행됐다.(응답률은 8.0%,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101050c6a9ca3.jpg)
李 "분열의 정치 끝낸 대통령 될 것"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부터 '통합'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지난 4일 취임 선서에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여야 대표와의 오찬을 주재하면서 이른바 '협치' 행보에 나섰다.
지난 9일 정무수석에 '친명색'이 다소 옅다고 분류되는 우상호 전 의원을 임명한 점 역시 정치권과의 가교역할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 수석은 임명 하루 만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이 대통령이) 야당을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견해가 다르더라도 충분히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가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협치를 위해서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다. 지난 정부에서도 여야는 협의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법안 강행 처리와 재의요구권 행사 등 갈등이 반복됐다.
이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도 이 대통령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 공통 공약 추진협의회' 재가동을 제안했다. 그는 "(국민의힘 공약 중) 민주당보다 더 전향적 공약도 있다"고 평가하며 "민주당 공약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한다. 민주당은 이런 공약을 적극 검토해 (정책에) 반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개혁입법'으로 불리는 법안 처리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주 정권 교체 직후 '3특검법'(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을 곧바로 처리한 민주당은 이번 주 처리를 예고한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방송 3법의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도 합동토론회에서 야당과의 대화 복원을 제시했다. 김병기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망한 이유가 야당을 대화 상대로 보지 않고 절멸의 상대로 봤기 때문"이라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정치 복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서영교 의원도 "여야협의체·여야정협의체를 꾸려 정부와 수시로 협의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손짓에 대해 국민의힘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등 처리 연기에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야당에게 돌려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당의 주장과 논리 중 하나가 정부를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민주당이 여당이 됐으니 야당인 국민의힘이 견제를 해야 한다. 더더욱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법사위가 야당을 겨눈 여러 법안을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사실상 '게이트키핑'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이 정도 도구는 손에 쥐어야 '협치'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주요 인사들은 이같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황당한 헛발질(서영교 의원, 원내대표 후보)', '피식 웃음만 났다(정청래 의원)'며 일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e61c5f3425bf2.jpg)
전문가들 "대의민주주의 복원·탕평인사 필요"
전문가들은 정치적 갈등의 근본 해소는 의회 민주주의 정상화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대의제를 채택한 헌법 정신에 따라 정당이 갈등 조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는 지금 의회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며 "정당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다수결제라고 하지만) 다수당이 마음대로 (법안 처리를) 해선 안 된다. 소수당의 의견도 조율해야 한다"며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의 우려와 고민을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여당의 적극적인 태도를 당부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여야 모두 한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입법부가 사법부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비상계엄 수사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국민의힘이 수용해야 민주당도 양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요구한 채상병 특검조차 수용하지 않는 건 협치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탕평인사'를 통해 정치적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사를 통해서 사회통합 노력을 해야 한다"며 "보수 인사도 등용해서 보수 진영에서도 안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입법·행정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대표·국무총리·비서실장이 여권 내 '빅3'라고 할 수 있는데, 자기 사람들로 인사를 하고 있다"면서 "사회 갈등 치유나 통합 행보는 아직 눈에 띄는 건 없다. 앞으로 나올 장관 인선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개헌 추진 역시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국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면서 "개헌 진행 양상에 따라 통합의 정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라창현 기자(ra@inews24.com),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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