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보이는데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을 이유가 없죠. 손님들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요. (물건이 없어) 강제로 휴가 가게 생겼습니다."(행당동 A공인중개사)
지난 2월과 3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와 확대 재적용으로 불붙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가 토허제에 묶이자 인근 마포구와 광진구, 성동구 등에선 매물이 한 달 만에 10% 이상 감소했다.
![집값이 급등하며 서울 자치구 중 성동구에선 매물 급감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단지 전경. 2025.6.11.[사진=이수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7035a2be8b6ce.jpg)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10건으로 한 달 전 8만5158건 대비 5.3% 감소했다. 전국에서 매물 감소율 1위로 2위인 울산(-1.4%)과 비교해도 매물 감소폭이 컸다.
자치구 중 성동구가 19.4%(2644건→2132건) 줄어 매물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광진구가 17.0%(1780건→1478건), 송파구 16.7%(5219건→4352건), 동작구 11.7%(2950건→2605건), 마포구 10.0%((3076건→2770건) 순이다. 이중 송파구를 제외하면 토허제 적용 지역 인근이다. 토허제 지정 여파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시장에 집값 상승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지금 집을 팔 이유가 없다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토허제 지정으로 매물이 쉽게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고 새 정부 출범으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3400가구 대단지인데…"매물 없어 거래 못해요"
![집값이 급등하며 서울 자치구 중 성동구에선 매물 급감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단지 전경. 2025.6.11.[사진=이수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5479d65002796.jpg)
11일 성동구 행당동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들은 매물이 없다고 입 모았다. 토허제 적용 지역에서 매물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가 다른 지역 매물을 대신 구매하면서 매물이 줄어들었고 남은 매물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행당동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이미 시장에 남아있던 매물 모두 거래됐다"면서 "집을 처분하겠다던 집주인이 돌연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도 많아 손님이 찾아와도 매물이 없어 돌려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의 업소가 소재한 행당동은 역세권 대단지가 많아 과거부터 수요자들 사이 인기를 끌었고 매물이 다른 지역 대비 더 적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아실에 따르면 3404가구 규모인 행당대림은 매물이 단 38개만 남아 있다. 맞은편 행당한진타운은 2123가구 규모임에도 매물은 17개 뿐이다. 인근 서울숲리버뷰자이(1034가구)와 서울숲한신더휴(1410가구)도 매물이 각각 10개, 23개로 한 달 전 매물 25개, 34개보다 줄었다.
또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C씨는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몰리면서 실거래가가 부동산 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보다 집값이 올랐다"면서 "똘똘한 한 채로 신축을 찾던 수요자도 가격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으로 마음을 돌리면서 지역 전체 집값이 오르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C씨의 말처럼 이미 인근 단지들에선 대다수 평형에서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행당대림 전용 59㎡는 지난 4일 12억6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행당한진타운 전용 59㎡도 지난달 12억8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숲한신더휴 같은 평형은 지난달 13억5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2021년 거래된 신고가 13억2000만원을 넘어섰고 2018년 입주한 지역 내 신축 단지인 서울숲리버뷰자이는 지난 2월 16억9000만원에서 약 3개만에 2억1000만원 오른 18억원에 신고가가 나왔다.
![집값이 급등하며 서울 자치구 중 성동구에선 매물 급감현상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단지 전경. 2025.6.11.[사진=이수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33f4d33b0a1fe.jpg)
오는 7월에는 958가구 규모인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 단지도 조합원 매물인 입주권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일반적인 신축 단지 입주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매제한이 풀려 분양권 매물이 나오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D씨는 "강남권 단지와 비교하며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하는 집주인이 많다"면서 "조합원들도 물건을 내놓지 않아 입주권 매물이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행당동이 속한 성동구는 개발 사업이 다수 남아있어 생활 여건 개선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비롯해 성수전략정비구역도 개발을 앞두고 있다. 행당동도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이 입주하고 왕십리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과 동북선이 정차하는 등 교통망 호재가 남았다.
매물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허제 지정까지 언급하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1일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성동구가 (집값이) 조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토허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시장이 비상 상황이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에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여전한데 규제를 확대하는 것은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제 규제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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