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예방 대상으로 꼽아 파장을 일으킨 성남시 공모전 관련 게시물이 전부 삭제됐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 관련 홍보 배너와 공지글을 일괄 삭제했다. 다만 추가 공지가 없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성남시도 관련 안내는 하지 않고 있다.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진행한 공모전 배너. 현재는 삭제돼 볼 수 없다. [사진=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https://image.inews24.com/v1/bfde13d82ef904.jpg)
총상금 1200만원 규모인 이 공모전은 AI 기반 영상, 숏폼, CM송 등 중독예방콘텐츠를 제작하는 내용으로 알코올, 약물, 도박, 인터넷게임 등 4대 중독 예방을 주제로 내걸어 파장을 일으켰다. 게임업계는 한국의 주요 게임사들이 밀집한 성남시에서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공모전을 개최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SNS를 통해 "의사 출신 신상진 성남시장은 알코올, 약물, 도박과 게임을 함께 포함시키려한 '4대 중독법' 또는 '게임 중독법'을 연상시키는 AI 공모전을 강행하려 했다"며 "어떠한 사과도 없고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공모전 페이지를 닫았다. 성남시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황희두 게임특위 위원장도 "성남시 산하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4대 중독에 '인터넷 게임'을 포함시켰다. 알코올, 약물, 도박 외에 게임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성남시 분당 판교는 국내 게임 매출 60%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꾸준히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건 과거 탄압의 재현"이라고 했다.
논란을 일으킨 성남시와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원인이 보건복지부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현재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내 정신건강정책 안내 페이지 및 다수의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보건복지부가 법적 근거 없이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중독 관리 대상에 인터넷 게임을 포함한 것에 대해 공개 청원서를 제출하고 관련 정보 공개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법률 해석의 왜곡이며 게임 문화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2014년 4대 중독법 시도가 무산됐지만 여전히 복건복지부 산하 중독통합관리센터는 중독 대상으로 인터넷 게임을 특칭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독 물질인 '담배'는 제외하고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인터넷 게임이 공인된 다른 중독 대상과 같이 취급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놀랍다"며 "4대 중독법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4대 중독으로 인터넷(혹은 스마트폰, 인터넷 게임)이 중독통합관리센터라는 국가기관의 주요 정책 과제로 10여년 이상 반복되면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중독 대상이라고 믿게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성남시 공모전을 계기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도 다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은 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을 토대로 제10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KCD-10 초안에 게임 질병코드가 담길지 여부가 관건이다.
통계청은 2019년부터 국무조정실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민관협의체 결정에 따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민관협의체는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공회전 중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3월 게임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저지를 핵심 정책으로 꼽은 만큼 새로운 기류가 흐를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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