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강남 등 주요지역을 시작으로 외곽지역까지 집값 상승세가 번지며 '불장'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언제 어느 정도로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는 한 목소리를 내지만, 부동산 대책 발표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설익은 대책으로는 시장만 자극할 수 있다거나 과열된 매수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서울 주택시장은 '불장' 조짐
18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5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3.0으로 전월보다 4.3포인트(p) 상승했다. 수도권으로 좁혀봐도 지난달 118.3로 한 달 새 5.8p 오르며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11.0p나 상승한 131.5을 나타냈다.
집값 오름세는 가격 통계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2주(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 주 대비 0.26% 상승하며 지난해 8월 이후 40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2월 1주에 상승 전환한 이후 19주 연속 상승한 것이기도 하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2.29%로 지난해 같은 기간 0.05%에 비해 상승 폭이 크게 벌어졌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지정 이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대되더니 마포·성동구 등 비(非) 토허구역 지역의 상승 폭도 커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과천, 성남 등 수도권 거점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꾸준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당장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대비해 내 집 마련을 계획하던 '막차' 수요들이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1억원으로 5월 말보다 1조9979억원 증가했다. 증가액 중 주택담보대출이 1조479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런 추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한 달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이 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국내 은행들의 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장 만기가 40년인 주택보대출을 30년으로 축소하는 등 대출 규제 강화 방안과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의 현장 점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임박으로 몰리는 수요와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일 제17차 부동산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서울 부동산시장이 엄중한 상황"이라며 "가수요 등이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서 검토하고 실수요자 보호 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대책 시기 놓고 의견 '분분'
주택시장의 과열 조짐에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 대책을 언제 어떻게 내놓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부동산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은 대부분 과열 분위기를 잠재울 필요성을 배경으로 한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변동성 완화다. 가격과 거래량이 큰 변동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의 주택 매수 심리를 안정시킬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다면 규제 지역 확대와 공급 확대의 두 가지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초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행운을 누렸으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집값 폭등의 전조에 직면하고 있다"며 "지금 주택시장에 부는 가격 상승의 바람을 초기에 잠재우지 못하면 집값의 폭등은 필연적 결과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는 어물쩍거리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분명한 투기억제책의 청사진을 내야 한다"면서 "그 본질은 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 오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다.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장 정부의 진용이 꾸려지지 않은 마당인만큼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의 효과 등을 살펴보고 대책을 발표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와 같이 수요 억제 정책을 통해 시장을 억누르다 되레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를 꾸려 정부 출범을 차근히 준비한 것도 아닌 데다 차기 주요부처 장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권에서 발빠르게 시장 안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좀더 지켜본 후 정부의 철학에 따라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측면의 검토를 거쳐 장기적인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시장의 흐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며 "시기적으로는 지금의 수요가 7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하고, 주택시장의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추석 전후의 시장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서울시가 성동구 등으로 토허구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주택 매수를 서두르는 수요도 있기 때문에 규제 강화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지금 시장의 주택 수요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며 "규제책을 내놓을수록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주택 수요자들의 조급함만 커질 수 있어 새 정부가 들어와도 규제 변화가 크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시장을 내버려두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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