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e3d6d50bb7d37.jpg)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두고 "크게 통합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에도 그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 "나는 반(反)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좌우 진영을 아우르고 능력 있는 인재라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다짐도 여러 차례 내놓았다. 인사 원칙으로 "충직한 사람이라면 쓴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모두 '통합의 리더십'을 천명한 발언이다. 하지만 통합은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진심은 결국 인사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인사는 초기 단계에 있다. 국무총리 지명자의 인준과 민정수석 임명을 둘러싼 일부 잡음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인 출발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북한과 중국 문제 전문가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하고, 친미 동맹론자로 알려진 위성락 전 주미대사를 국가안보실장으로 기용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국민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의 리더십'이 실천될지, 아니면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 사람 심기'로 귀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이전 정권의 모든 인사를 몰아내고 내 사람만 심는 것은 낡은 구태다. 국민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유능하고 청렴하게 일한 사람이라면 계속 일할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윤석열 정부 때도 사심 없이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일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들이 분명 존재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졌건 아니건 그런 인물을 상징적으로라도 기용한다면, 국민은 비로소 진정한 통합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것이 공직사회 전체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열심히 일하면 살아남는다", "보복은 없다"는 신호다.
이 같은 상징적 인사가 이루어지면 공직사회는 안정감을 찾게 되고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을 두고 "무덤 같다"고 표현했다. 이전 정부가 떠날 때 볼펜 한 자루조차 남기지 않았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만약 새 정부가 전 정권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과 포용의 정치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수평적 정권 교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국가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숙은 정권 교체 이후의 태도에서 결정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과도한 정치 보복이나 적폐 청산에 몰두하는 것은 국민 통합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재집권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전 정권을 상대로 무리한 청산 작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적 계산만이 아니라 국민 통합과 재집권 가능성을 고려한 성숙한 전략에서 비롯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함께 과도한 적폐 청산에 몰두하다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도 새 정부가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정권 교체는 국민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재신임으로 이어지려면 정권 초기부터 보여주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 "'1찍'이 아니면 모두 내란공범"이라는 점령군 식의 오만한 논리는 안 된다. 정부가 달라졌다고 해서 '네 국민' '내 국민'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 진정한 통합은 실천을 통해 이뤄진다. 이재명 정부는 인사를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유능하고 성실한 인물은 살아남는 나라,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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