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바이오 최강국인 미국이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면서 동물실험에 의존해온 제약·바이오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인공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organoid)가 대체 기술로 주목받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 평가가 진행 중이다.
![실험 중인 고양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5b22590c1ea7ab.jpg)
美 FDA,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공식화⋯"오가노이드·AI 임상이 더 효율적"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올해 4월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했다. 항체 의약품을 시작으로, 신약 허가 요건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NAM)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 같은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화됐다. FDA 신임 국장으로 마틴 마카리(Martin Makary)가 취임하면서 내부 대규모 구조 개편이 단행됐고, 그는 업무 효율성을 강조했다. 또한 평균 10년이 걸리는 신약 승인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FDA의 신속 승인 제도는 강화하는 동시에 비효율적 구조는 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기존 동물실험 기반의 안전성 검증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데다, 실제 인간 대상 효능과 일치하지 않는 한계를 드러내며 개혁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FDA가 제시한 새로운 접근법에는 오가노이드, 인공지능(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 컴퓨터 구조 분석 기술 등이 포함됐다. 특히 FDA의 AI 시스템 '엘사(ELSA)'는 기존 2~3일 걸리던 데이터 선별 작업을 6분으로 단축했고, 문서 자동 분류, 데이터 추출, 중복 검토 등 기능을 갖췄다. 이 시스템은 기업의 독점 자료가 아닌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보안성도 확보했다. 향후에는 새로운 버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마카리 국장은 최근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에 참석해 "오가노이드와 AI 기술은 기존의 동물실험보다 예측력과 안전성이 높다"며 "동물은 인간 독성을 예측하는데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고. 실제 동물실험을 통과한 후보물질의 90%는 임상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비동물시험 확대를 위해 '3R 원칙'을 도입했다. 이는 오가노이드 등 대체 기술을 활용하는 '대체(Replacement)', 필요한 최소한의 동물만 사용하는 '축소(Reduction)', 실험 과정을 개선하는 '개선(Refinement)'을 뜻한다. 이웃 나라 일본도 오가노이드를 차세대 육성 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실험 중인 고양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2c7aaf4eaf10f8.jpg)
한국도 대체 실험 방향 설정 중⋯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상용화에 나서
한국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동물실험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 평가법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오가노이드 시험법 국제 표준화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산학연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전략적 방향도 설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009년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를 설립하고, 2011년에는 '동물대체시험법 국제협력협의체'에 가입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 규제기관과 함께 국제 지침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2028년까지 한국바이오의약품연구회와 함께 '동물대체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정부 예산으로 수행되는 국가과제로, 의약품 안전성 평가를 위한 동물대체기술 개발과 시험기준 수립을 목표로 한다.
현행 제도상 의약품 품목허가나 임상시험계획 승인 시에는 비임상시험(동물실험) 자료 제출이 여전히 요구되지만, 동물을 사용하지 않은 실험 결과나 계획서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 동물대체시험법 지침과 관련 민원 안내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매해 비임상시험 실시기관을 대상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최신 동물대체시험법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국제표준 시험법을 국내 심사기준에 반영해 산업계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신속한 허가 심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도 오가노이드 기술 상용화가 활발하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 넥스트앤바이오 등 기업이 관련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플랫폼 '오디세이'를 도입해 탈모 치료제 'JW0061'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최근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 '삼성 오가노이드'를 출시했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의 조직으로 만든 암 오가노이드를 통해 고객사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중 실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선별하는 서비스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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