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 군도 동남부 끝단에 있는 함버그만. 북극권은 지구 가열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3~5배 빠른 것으로 진단됐다. [사진=남승일 극지연구소 박사]](https://image.inews24.com/v1/dd687fb3150995.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여기가 북유럽 맞나요?”
상대적으로 추운 북유럽 지역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피해 ‘쿨케이션(coolcation)’을 떠났다가 오히려 해당 지역에서 고온이 이어지면서 당혹감에 직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과학 전문가들은 이른바 3폭(폭염, 폭우, 폭풍)은 앞으로 ‘더 자주, 더 심각, 더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름에 무더운 지역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북유럽 등에도 폭염에 가까운 고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은 최근 “추운 북유럽 국가들이 전례 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며 “탄소 오염으로 더위가 심해지고 길어지면서 북유럽은 계속해서 더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노르웨이 북극권에 있는 한 기상 관측소는 7월 한 달의 13일 동안 섭씨 30도를 넘는 기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핀란드는 3주 연속 섭씨 30도의 폭염을 기록했다.
이는 북극의 지구 가열화 속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북극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가열화 속도가 약 3~4배 정도 빠른 것으로 과학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나고 있다. 이는 피드백(Feedback, 되먹임)과 연관 있다.
얼음으로 덮여있던 북극 바다가 지구 가열화로 녹으면서 더 많은 태양 빛을 흡수하고, 더 많이 흡수된 태양에너지는 더 많은 얼음을 녹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와 기상 관련 과학자들은 이번 북유럽 폭염이 1961년 이후 가장 긴 기록이고 이전 기록보다 50% 더 길다고 설명했다.
미카 란타넨 핀란드 기상연구소의 기후과학자는 지난 목요일 자신의 SNS에 “오늘 최고 기온이 섭씨 32~33도에 달하는 전례 없는 폭염이 여전히 한창”이라며 “북극 지역에서도 섭씨 25도를 넘는 기온이 3주 동안 이어졌고 이는 8월 최고 기온과 맞먹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기상연구소는 7월 한 달 동안 노르웨이 최북단 3개 주에서 최소 한곳의 관측소에서 섭씨 30도를 넘는 기온이 12일 동안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기상연구소 측은 “노르웨이 북부에는 앞으로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웨덴도 다르지 않다. 스웨덴 기상학자들은 북부 여러 기상 관측소에서 장기간 폭염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그 원인은 뜨거운 바다와 고기압에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지속한 폭염의 원인과 비슷하다.
![스발바르 군도 동남부 끝단에 있는 함버그만. 북극권은 지구 가열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3~5배 빠른 것으로 진단됐다. [사진=남승일 극지연구소 박사]](https://image.inews24.com/v1/b2948186ad1bd7.jpg)
7월 중순 노르웨이 북부 해안의 뜨거운 해류와 지속적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유럽 지역에 폭염이 몰아쳤다는 것이다. 북유럽 지역의 기온은 평년보다 8~10도 높았다. 이 영향 등으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디언지 등은 전문가 의견을 전하면서 “추위에 적응하고 살던 지역에 폭염이 몰아치면 매우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영국, 노르웨이와 같은 국가들이 지구 가열화로 더운 날씨에 상대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국가들의 폭염에 대한 사회 기반 시설은 대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실제 핀란드 현지 언론 등의 관련 보도를 보면 핀란드 북부의 한 아이스링크는 지역 병원 응급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에 의해 더위를 피해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문을 개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동들은 순록들이 더위로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웨덴 방송과 라디오 등은 ‘쿨케이션’을 위해 스칸디나비아 북부로 향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히려 위험한 폭염 경보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헤이키 투오멘비르타 핀란드 기상연구소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폭염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심각해지며,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7월 초 노르웨이 스발바르를 직접 다녀온 남승일 극지연구소 박사는 “당시 7월 1일에 30도를 훌쩍 넘는 고온을 보였다”며 “몇 년 전에 오슬로를 찾았을 때는 열대야로 고생한 적도 있는데 이 지역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전했다.
남 박사는 “북극권의 경우 지구 가열화가 다른 지역보다 3~4배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피드백뿐 아니라 구체적 원인에 대해 더 많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가열화를 증폭시키는 구체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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