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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 도시 평택, 교육도 산업만큼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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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삼성고가 고덕에 꼭 필요합니까?' 최근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질문이다. 긍정적인 목소리는 이미 분명하다. 평택 고덕은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가 되고 있고 인구 유입과 교육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삼성고’의 설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고덕 삼성고등학교(가칭)는 단순한 지역 고등학교가 아니다. 이 학교는 삼성전자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전문 인재 양성소가 되어야 한다. 반도체·AI·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현장 전문가와 연계한 실습 교육을 강화한다면 ‘기업 맞춤형 인재’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니다.

국제적인 시각도 강조된다.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IB(국제 바칼로레아) 과정 도입은 필수라는 의견이다. 이를 통해 고덕 삼성고는 지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게 돼 해외 명문학교와의 교류, 국제 자매결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첨단 과학실, 스마트교실, AI 실습실 등 미래 교육 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다. 창의력과 감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열린 학습공간도 함께 조성돼야 한다.

이미 충남 아산의 ‘탕정 삼성고’가 성공적인 모델로 자주 언급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지역사회, 교육청이 함께 만든 이 학교는 임직원 자녀뿐 아니라 지역 학생들에게도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며 모범 사례로 꼽힌다. 고덕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히려 고덕은 산업 규모나 도시 성장 속도 면에서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추진 논리에도 불구하고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의 공공성’ 훼손 우려다. 특정 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교육기관이 과연 지역 내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또 기업 중심의 교육이 학생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오히려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이라는 구호가 학생을 산업의 부속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은 산업 수요에 복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원칙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 입학전형의 공정성 확보, 예산의 배분, 타 지역 일반고와의 위화감 해소 등 현실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과연 고덕 삼성고가 지역 교육 생태계 전반에 이로운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아니면 ‘선별된 엘리트를 위한 학교’로 고립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교육은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학부모, 지역사회,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 ‘함께’에는 철저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일부 추진 세력 중심으로 진행돼온 측면이 있으며, 보다 폭넓은 시민 의견 수렴과 정책적 투명성이 필요하다.

고덕 삼성고 설립은 교육정책 차원을 넘어 산업과 도시,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평택형 모델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교육의 시장화’, ‘기업 중심 교육’, ‘교육 양극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단순한 명문고 설립이 아닌, 지역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고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다.

지금 고덕에 필요한 건 단순히 '삼성' 이름을 단 학교가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존중하는 공공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갖춘 교육 모델이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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