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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배울 시간도 부족"⋯건설현장 사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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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력 고령화 속 외국인 근로자 증가하지만 교육 허술
"일본은 예절교육부터 1년여 적응기간⋯국토부 관리해야"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공사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후 면허취소 등의 방안까지 공개 거론되며 국민적 인식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사고의 피해자로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아 이들의 현장 적응을 위한 교육 등 관리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장인력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가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고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더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외국인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의사소통 문제에 더해 낮은 숙련도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쿼터가 있지만 실제 현장의 소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현장 적응을 위한 교육도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비자를 통해 입국한다. 현지에서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서 제공하는 취업교육을 수강한 후 입국하는 식이다. 한국에 입국해서도 건강검진과 취업 교육을 받은 후에야 근무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E-9 비자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는 입국 전 받는 교육은 △한국어교육 38시간 △한국문화 4시간 △근로기준법 및 고충처리 2시간 △산업안전 3시간 이상 등 단 47시간뿐이다. 입국 후에는 16시간 교육을 받으면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근무에 필요한 한국어를 배우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대다수 외국인 근로자가 충분한 교육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소업체에서 근무하는 만큼 근무에 투입되는 시간이 빠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인 하청업체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충분한 교육 시간을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업체는 근로자를 채용한 후 빨리 일을 시키기 위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 수도 매년 40명 이상 기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을 받은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43명으로 지난해 55명 대비 12명 줄었다. 2021년 42명이던 사망자 수는 3년 연속 늘어난 끝에 그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사고사망자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사고를 막기 위해 대형건설사들은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에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정보를 알 수 있는 픽토그램을 활용하거나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현지 언어로 된 교육 자료도 개발하고 있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노력에 더해 건설업계에서는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E-9 비자의 경우 최대 4년 10개월만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어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숙련된 외국인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숙련기능인력 비자(E-7-4) 로 전환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비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중 △급여 △합법직 체류기간 △TOPIK 또는 사회통합교육 등을 고려해 점수제로 선발한다.

다만 E-7-4 비자는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작다는 의견도 적잖다. E-7-4 비자를 포함한 특정 외국인 고용 비자(E-7) 소지 외국인은 고용보험가입자 명부(상용직) 기준 한국인 직원의 20% 이내에서만 고용할 수 있다. 다만 건설업체는 근무 인력 변동이 큰 만큼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힘들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체는 공사가 있을 때만 사람을 고용하는 만큼 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는 E-9 비자를 받아 들어오는 수도 적고 건설 현장 이동이 잦아 도중에 이탈하는 경우도 많아 E-7-4 비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일반기능인력(E-7-3) 비자를 건설업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7-3 비자는 특정 분야에 숙련 기술을 가진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현재는 선박 도장공과 항공기 정비원, 할랄 도축원 등 10개 직종에 한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올해 형틀공과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 공종에 E-7-3 비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형틀공과 철근공, 콘크리트공 등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고강도·고위험 직종에 한해 비자 도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비자 요건에 더해 내국인 고용 침해 문제와 국내 유학생 활용 방법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9월 예정된 2차 비자·체류정책 협의회에서 사업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일본의 경우 현장인력을 외국에서 도입할 경우 예절교육을 비롯하여 기능훈련 등을 통해 충분한 적응기간을 거치도록 해 자국 인력과 소통이 원활해지도록 하는 등 교육체계부터 다르다"면서 "국토교통부가 업계의 현실적 요구를 반영해 건설현장 인력수급 정책을 관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도 부족한 현장인력을 해소하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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