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연이은 악재에 '컨벤션 효과'는커녕 '무용·연기론'마저 피어오르고 있다. 앞선 두 차례 합동연설회가 '전한길 씨 배신자 소동'으로 몸살을 앓은 데 이어, 13일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는 김건희 특검의 중앙당사 압수수색과 맞물리며 현장이 집중력을 잃었다. 전대 자체도 탄핵 찬반 간 극한 대립이 계속되며 당 내홍만 깊게 한다는 평가다.
![13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장동혁, 안철수, 조경태 후보.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18355867cb3d3.jpg)
이날 오후 대전 배재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는 지난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와 마찬가지로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 후보 간 공방이 거셌고, 당원들의 고성과 야유에 내내 장내는 시끄러웠다.
김문수 후보는 김건희 특검의 오전 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거론하며 "우리 전대에 폭탄을 던지는 테러고 만행 아니냐. 대표가 되면 이재명 정권의 3대 특검, 인권탄압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무차별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후보는 찬탄파를 향해 한껏 날을 세웠다. 그는 "당론을 어기고 탄핵에 찬성하고, 윤 정부와 국힘 운명을 이지경으로 만들고도 지금 개선장군처럼 점령하려는 사람들이 부끄럽다"며 "대통령을 지키자고 했던 장동혁을 향해 배신자로 부르는 것, 그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장 후보가 "국민의힘과 우리 동지들을 팔아넘기는 것이 부끄럽다"고 공격하자 조경태 후보 지지자들이 야유로 맞받아치는 등 장내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이날 당대표 후보들의 연설은 '반탄'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반탄 후보 연설 때는 장내 열기가 뜨거웠지만 찬탄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마자 당원들이 대거 퇴장하며 분위기가 급격히 식었다.
안 후보는 김·장 후보를 향해 "계엄을 옹호하면서 어떻게 다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며 "보수정당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무시하고도, 대한민국 제1보수당인 국민의힘 당대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총부리를 외부로 돌리자는데, 극단세력이라는 시한폭탄을 그대로 두면 아무리 이재명 정권을 비판해도 우리 지지율은 늘어나지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는 폭망할 것이다. 우리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검 조사를 받은 조 후보의 연설 전에는 일부 김·장 후보 지지자로부터 '배신자'라는 야유가 이어졌다. 조 후보는 "당대표가 돼 우리당에 남아 있는 극우세력을 한명도 빠짐 없이 몰아내겠다"며 "우리 당을 이렇게 망쳐먹은 배신자 윤석열 부부를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13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장동혁, 안철수, 조경태 후보.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5118b34aaa7d5.jpg)
어수선한 합동연설회 분위기는 연설 도중 뿐 아닌 그 전후로 계속됐다. 오전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전당대회 당시 통일교가 권성동 후보를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교인을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확인하고자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의 진입 시도에 송 비대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에게 '당사 집결'을 지시했고, 지도부와 일부 의원은 연설회 불참을 결정하고 서울로 향했다. 송 비대위원장도 축사만 마치고 당사로 이동해 압수수색에 항의했다. 특검은 당의 거부 입장에 일단 물러서 당 사무처 협조 아래 의심되는 통일교인 당적만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거듭된 혼란상에 지금 전당대회를 치를 때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특검으로부터 참고인 출석을 요청하는 연락이 계속 온다"며 전대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토로했다. 양향자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를 중단하고 지도부, 의원, 주요 당직자 모두 특검에 맞서 무기한 국회 농성을 전개하자"고 지도부에 제안했다.
한편 지도부에 의해 연설회장 진입이 금지된 전한길씨는 "내가 가는 곳이 이슈가 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흥행이 돼야 한다"며 이날도 연설회장 바깥에 머물렀다. 당 중앙윤리위는 내일 회의를 열어 전 씨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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