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궤멸 직전까지 내몰린 가운데 여천NCC를 둘러싼 동업자 분쟁까지 격화하면서 연일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여천NCC의 부도 위기가 현실화 할 경우 지역 경제와 협력업체에게 미칠 타격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DL의 공방전은 연일 격화하는 양상이다. 갈등의 촉발은 여천NCC의 부도 위기가 생기면서 일어났다. 여천NCC가 이달 말까지 약 30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 할 우려가 생기자 두 대주주인 한화와 DL의 입장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한화는 즉각적인 자금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DL은 여천NCC의 경영과 재무구조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후 지난 11일 DL의 석유화학 자회사 DL케미칼이 약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지원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갈등은 잠시 봉합된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유증 결정 이후 양사의 대립은 악화일로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여천NCC가 생산하는 에틸렌 공급가에 대한 양사의 이해 차이다. DL은 한화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에틸렌을 싸게 공급받아 여천NCC 경영난을 키웠다고 비판한 반면 한화는 오히려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여천NCC의 올해 국세청 추징금이 전체 96%에 달한다며 DL의 저가 수주가 진짜 문제라고 맞섰다.
DL은 이번 추징금이 지난 2007년과 유사한 사안으로 당시 대법원에서 승소한 전례가 있다며 법적 대응 중이라고 밝히면서 두 모기업간 갈등은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갈등은 국내 석화 산업이 극한 상황에까지 빠진 와중에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뼈 아프다.
실제 LG화학은 대산·여수 공장의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 생산 라인 가동을 멈췄고 나주 공장 알코올 생산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작년 12월 여수산단 내 2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250달러를 수년째 밑돌고 있어, 업계 전반에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천NCC를 둘러싼 한화와 DL 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 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여천NCC뿐 아니라 지역 협력업체와 거래처까지 긴장하고 있다"며 "공급가 문제로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면, 자칫 기업 신뢰와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천NCC가 위치한 여수산업단지에서는 일부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만 해도, 2·3차 협력업체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어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단 내 기업들은 여수시 전체 고용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산단 전체 공장 가동률 역시 석화 산업 침체와 맞물려 80%대까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여천NCC가 이미 올해 초 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음에도 1년이 채 안 돼 추가 자금 소요가 발생한 것을 상기해보면 실제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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