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60~70%로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메모리 업계 3사가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며 ‘초호황 관리’에 나섰다.
과거처럼 급등 후 급락하는 경기 사이클을 완화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들과 다년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일부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이 요구하지 않아도) AI 수요 확신을 기반으로 고객들이 중장기 물량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공급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박준덕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도 지난 23일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장기공급계약 중심의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약 방식과 구조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공급계약이 정착되면 메모리 산업 특유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전략고객계약(SCA)을 도입하고 첫 5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비즈니스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다.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이 급등하고, 이후 수요가 꺾이면 ‘오더컷’이 발생하며 가격이 급락하는 구조가 반복돼왔다. 이 과정에서 재고와 설비 부담은 메모리 업체가 떠안았다.
현재는 환경이 달라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단기 수요가 아닌 중장기 인프라 투자로 자리잡으면서 메모리 역시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전략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제품은 설계와 생산, 패키징까지 고객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3~5년 단위 장기 계약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도 고공행진 중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전체 영업이익률은 66%이고 메모리만 따지면 7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약 72%, 마이크론은 약 69%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70%대는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번에는 ‘호황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스마트폰과 PC 수요에 따라 약 2년 주기로 업황이 반복됐지만, 현재는 AI 인프라 투자가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메모리 3사의 생산능력(CAPA) 확대 속도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D램 CAPA 증가율은 2026년 5%, 2027년 4%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028년에도 13% 수준으로 제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컨퍼런스콜에서 공급 확대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재준 부사장은 “AI 확산으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고객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2027년 수요 대비 공급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에 따라 급등락하는 사이클 산업에서, 계약 기반으로 수익을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수록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추론 수요 고도화로 메모리 시장은 기존 2년 주기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중심 수요 확대로 시장 규모 자체가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HBM 확산으로 전체 D램 공급이 제약되면서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이익 변동성도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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