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거론하면서 국내 원유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공격한 이후 양쪽 공습이 거듭되고 미국마저 참전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양국이 상호 핵심 인프라를 정조준하는 전면 보복전에 돌입하면서 중동 정세는 혼돈 양상으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원유 수급과 에너지 안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유가부터 요동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인 지난 12일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종가)은 배럴당 68.04 달러였지만 23일 장중 78.4달러까지 치솟으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3일 오후 3시 기준 전 거래일보다 5.7% 뛴 81.40달러까지 상승했다.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부처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서 대응하라"고 지시하며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국내 에너지 수급 불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선 현재 원유 수급 상황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또는 선적 중인 유조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이상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산업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200일(7개월)동안 지속 가능한 비축유(IEA 기준)와 법정 비축의무량을 상회하는 가스 재고분을 통해 유사시를 대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만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축유 배출을 비롯해 차량 2부제와 같은 국내 수요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에 폭격을 가하면서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가능성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란 의회는 지난 22일 미 공군과 해군이 나탄즈, 이스파한을 포함한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폭격하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원유 수급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로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 2024년 기준 71.5%다.
만일 이란이 이 해협을 볼모 삼고 실제 봉쇄에 들어갈 경우 국내 원유 수급은 사실상 막히는 것과 다름 없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있어 당장 봉쇄가 된 것은 아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계에서는 원유의 도입안정성과 경제성에 주안점을 두고 원유를 수입하는데 중동발 군사 긴장 고조 탓에 운송 리스크와 보험료 상승 등 대응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과거 이란 정부의 전례를 비춰볼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발언은 일종의 협상 카드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위협을 가한 바 있지만 민간 상선을 막는 완전한 봉쇄로 이어진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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