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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못 내"⋯치솟는 공사비에 사업지연 '속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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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역세권지구 재개발, 공사비 증액 계약 후 조합 총회선 부결
공사비 증액 두고 내부갈등 커진 영향⋯착공 한달만에 공사중단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치솟는 공사비에 정비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빚어지는 현장이 증가하고 있다. 조합원이 분담금을 수용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마저 속출하고 있다. 도심 주택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세권지구 재개발정비사업 현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세권지구 재개발정비사업 현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BS한양 컨소시엄은 지난 23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세권지구 재개발 조합에 공사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지난달 착공에 돌입한 지 한 달 만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중단 이유로 지난 19일 열렸던 조합 총회에서 관리처분변경계획(안)이 부결된 점을 들었다. 지난 3월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에 합의했지만 이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며 일부 조합원이 반발한 영향이다.

안양역세권지구 조합은 2021년 6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1460억4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지난 3월 기존 대비 약 844억원 늘어난 2304억4890만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조합원 분담금도 함께 증가했다.

관리처분계획에는 정비사업으로 새로 지어지는 건물과 토지를 조합원들에게 배분하는 방법과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던 건축물의 감정가격, 조합원이 분담해야 하는 비례율, 분담금 등이 담긴다. 조합은 2021년 9월 안양시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지만 공사비가 오른 만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반영해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 간 계약을 두고 일부 조합원은 늘어난 분담금이 공사비 대비 과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발 중이다.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등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많음에도 조합에서 조합원에게 과도한 분담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조합 내부에서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 안건이 결국 부결되자 시공사는 공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컨소시엄은 현장에 부착한 공사중단 안내 현수막에서 "(시공사는) 조합의 요청을 수용해 6월 27일 착공했지만 조합이 개최한 총회에서 '관리처분변경계획(안)'이 부결됨에 따라 사업 일정이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서울 아니면 고분양가도 힘들어…분담금 갈등 불씨 여전

조합원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은 안양역세권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가 상승 여파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갈등을 빚는 현장이 속출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역세권지구 재개발정비사업 현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많은 현장에서 분양가를 높이는 등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분양을 얻는 수익이 늘어날수록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를 비롯한 정비사업 격전지에서는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해 조합 수익을 늘리겠다는 건설사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서울 핵심지역 외 현장에서는 일반분양가를 무작정 높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청약 수요가 제한적이고 지역 내 집값 상승률도 낮아 분양가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어서다. 안양역세권지구에서 멀지 않은 행정구역에서 분양했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난 3월 입주했지만 고분양가 논란 속에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남았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6·27 대책)에 따라 수도권 청약 당첨자들의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점도 부담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직전 1년 동안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격은 ㎡당 664만2000원으로 1년 전 650만7000원 대비 2.1% 높아졌다. 같은 기간 서울은 1267만6000원에서 1393만9000원으로 9.97% 올랐다.

높아지는 공사비에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양역세권지구도 올해 하반기 중 조합원 분양을 마치고 400가구 일반공급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멈춰서면서 해당 계획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관계자 또한 "총회 안건 부결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만큼 분양 예정 시기가 일부 변경될 수 있다"면서 주택 공급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조합원이 가지고 있는 건물의 가치가 정해진 경우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합의 지출을 줄이거나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분양을 통한 조합의 이익을 높이거나 고급화 설계를 최소화해 현실적인 비용을 찾는 방안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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