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채송무기자]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월 12일 귀국 후 약 3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구도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비정치인 출신 후보의 흑역사는 이번에도 이어지게 됐다.
반 전 총장은 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격 살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 교체의 명분이 실종되면서 저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을 공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겠다는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10년 간의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경륜 및 안정성과 함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받으면서 상당 기간 대선주자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검증 상황에 돌입하면서 역대 비정치인 인사의 문제를 반복하면서 결국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명예만 구기게 됐다.
그동안 대선 때마다 정치 변화의 기대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들은 많았지만, 뜻을 이룬 이들은 없었다.
1997년 대선 당시 바람을 일으켰던 박찬종 전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고건 전 총리, 2007년 대선 당시 기대를 모았던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2012년 정치 변화의 상징으로 이번 대선에도 도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비정치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제3 후보들이 기존 정치 조직과 선을 그으면서 인재풀의 한계와 조직의 문제로 효율적인 공보와 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반 전 총장의 경우에도 한계로 작용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거의 하루에 한 개씩 터져나왔던 구설수들은 경험 많은 기존 정당의 공보 체제 하였다면 최소화됐을 문제였다.
제3 후보는 진흙탕 싸움으로 평가되는 정치권의 검증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를 입고 이미지를 소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버티는 힘과 조직이 약한 한계도 있었다.
정치인으로서의 단련이 없었던 반 전 총장은 결국 귀국 3주 만에 불출마를 통해 유엔 전 사무총장으로의 명예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모든 것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우고 이를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정치인의 체력을 갖지 못한 때문이다.
한편, 반 전 총장의 사례로 우리 정치판에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전략이 얼마나 어려운 지가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부터 '진보주의적 보수주의자'라는 다소 애매한 전략을 들고 나섰지만, 보수 측 지지층에도 중도 지지층들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양측 지지가 모두 빠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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