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수도권 의원들이 당의 강경보수 노선에 속앓이를 앓고 있다. 당 대선주자들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등 우클릭 경쟁에 나선 데다 지도부도 대통령 탄핵에 사실상 반대하면서 수도권 민심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탄핵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은 최근 대대적인 반격에 돌입한 상태다. 탄핵 반대집회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보수층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한국당이 바른정당보다 2배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자신감까지 얻었다.
대선주자인 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 16일 대구 반월당에서 열린 제12차 전국 보수연합 총궐기대회에서 "편파적인 정치 특검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특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 역시 이날 "거짓선동으로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상현·조원진·김진태 등 친박 의원들도 연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당 지도부 역시 '특검 흔들기'에 나서며 노골적인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특검은 강압수사, 표적수사, 여론수사 등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힐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색이 옅고 중도성향이 강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여당의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많은 지역주민이 당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TK당으로 돌아섰느냐며 핀잔을 준다"며 "지역구 행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 역시 이날 "지역구 민심은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라는 의견이 강하다"며 "지역 주민들은 대선주자들이나 일부 의원들이 태극기 집회 참석하는 것을 확실히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지역주민과 당 사이에서 난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당의 수도권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갤럽이 발표한 2월 3주차 한국당의 지지율은 서울 11%, 인천·경기 10%를 기록했다. 민주당(서울 48%, 인천·경기 51%)과 비교할 때 무려 5배 차이다.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1월 3주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 지지율은 서울에서 14%,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13%를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서울 38%, 인천·경기 39%)과 비교하면 약 3배 차이였다. 한달 만에 두 당의 격차가 3배에서 5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당의 급격한 노선변화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 다수가 탄핵을 찬성하고 특히 수도권에서 이같은 민심이 강하다"며 "여당은 단기적인 지지율에만 연연할 경우 정계개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갤럽이 지난 16일에 발표한 여론조사는 14~16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3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며 응답률은 2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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