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로 중국 단체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호텔과 관광, 면세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중국 대형 여행사들이 한국 항공사의 모객 영업을 오는 15일부터 중단키로 해 중국 단체 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 대형여행사들이 오는 15일부터 한국 여행사와 연계한 양국간 항공편 승객 송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3~5일 사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하자 이에 반발한 중국은 지난 2일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중단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이로 인해 중국에 운항하는 항공사들도 주당 200~700석씩 안정적으로 좌석을 확보했으나 이번 일로 모두 잃게 됐다.
최근 몇 년새 우후죽순 늘어난 호텔들도 이번 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지난달 27일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한 이후에는 서울 시내 일대 호텔예약 취소 건수가 최대 30% 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명동에 위치한 한 비즈니스 호텔은 지난해 7~8월 중국인 비중이 23~25%였지만 9월에 사드 부지가 결정되자 12~13%, 11월에는 7%까지 떨어졌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비즈니스 호텔 역시 예약 취소율이 일별로 30%까지 치솟았다.
중국인 고객 비중이 그나마 적은 특급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구에 위치한 A 특급호텔은 올 들어 중국인 고객이 30% 가량 감소했으며 B 호텔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년 대비 35%까지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호텔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과잉공급으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중국인 관광객마저 사드 여파로 줄어들게 되면서 객실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최근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단체 여행객들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트 유커' 찾기 나선 면세점, 중동·동남아 고객 공략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면세점들도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전면 금지 조치로 15일 이후부터 매출 급감이 우려된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기준으로 중국인 매출 비중이 80% 가량인 면세점들은 당장 다음주부터 단체 여행객 감소로 중국인 매출의 절반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중국인 대신 관광객 다변화와 개별관광객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준비해 눈길을 끈다.
먼저 갤러리아면세점은 중동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이곳은 최근 무슬림 여행사 2곳과 송객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에는 중동 현지 여행 박람회에 참여해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이곳은 중동 고객을 위해 여의도 63빌딩 내 상층부 고급 레스토랑 4곳은 한국관광공사의 할랄 레스토랑 인증 '무슬림 프렌들리' 등급을 지난해 하반기 획득했다. 또 여의도 성모병원과 의료 협약을 맺었으며 순천향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병원과도 의료 협약을 진행, 중동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의료 서비스 등 의료 관광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갤러리아면세점은 일본을 포함해 동남아, 중동 등 탈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현재 비중은 10% 전후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한성호 면세사업본부장은 "중동 고객의 구매력은 중국인보다 30% 높고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포스트 유커'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적극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 이를 통한 지속적인 매출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면세시장의 불확실성은 관광객 다변화 추진, 개별관광객 유치, 외국인 VIP 마케팅 강화 등을 기반으로 극복하고 사업성 제고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 매출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면세점은 동남아, 일본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곳은 현지 셀러브리티 유치, 에어아시아 MOU 체결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쌓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배우 전지현, 가수 지드래곤, 아이돌 그룹 아이콘 등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한류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1월 일본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라쿠텐과 협력을 강화하고 이달부터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등 일본인 개별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동남아 관광객도 끌어모으기 위해 동남아 취항 항공사들과도 현재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용산에 위치한 HDC신라면세점은 주한 외국인이 많은 이 지역의 특징을 적극 활용해 유학생이나 근로자 등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이나 초청행사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고국을 찾을 때 HDC신라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주변 전자상가들과 함께 한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관광객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도 매년 일본과 동남아에서 1회씩 진행하는 홍보 행사와 동남아 여행사 초청 팸투어, 현지 여행박람회 참석 등을 통해 중국 외 지역의 관광객 유치에 좀 더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 최근 일평균 매출이 10억원을 돌파하기 시작한 두타면세점 역시 국내외 자유여행고객 및 중국 외 국가의 고객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 이전에 기획된 여행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현재 남아있어 아직까지 중국인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15일 이후부터는 중국인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최근 매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신규 면세점들은 절망하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말 각각 센트럴시티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내세워 특허권을 획득한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연말까지 면세점을 오픈해야 하지만 이번 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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