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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외면 정부]①"승자 없는 게임"…규제에 '유통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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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주년] 출점 막는 '집단 이기주의'…정부 규제에 소비도 '위축'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장미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유통업계에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지난 대선 때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이 도입된 후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점포 문을 닫고 있는 상태지만 정치인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유통 전반으로 규제를 더 강화하고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선거철마다 표심을 얻고자 반복되는 유통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업체들의 피해 사례와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다른 지역에 비해 광주가 낙후된 편이고 도심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는 랜드마크형 쇼핑몰도 전라도 지역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 상권에 대한 경쟁 의식으로 중소 상인들이 반대해 복합시설 건립을 반대하고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분까지 동원해서 발목만 잡으려고 하고 있으니 시민으로서 한숨만 나오네요."

광주 신세계는 특급호텔과 쇼핑시설을 포함해 복합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광주광역시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주변 상인회가 신세계 쇼핑 시설 입점 저지 시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중소 상인의 몰락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며 쇼핑 시설 입점 철회를 요구하자 광주 신세계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광주광역시는 상생 방안과 교통 개선 대책 마련하라며 신세계 측에 건립과 관련해 보완을 요구한 상태지만 중소상인들의 반발은 여전히 심한 상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까지 지역 경제뿐 아니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세계의 복합 시설 건립을 불허해야 한다는 공문을 시 측에 보냈고 문재인 전 대표도 여기에 힘을 실어주면서 복합 시설 건립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상황이 이렇자 광주시민들은 중소상인의 표심에만 치중해 정치인들이 이 같이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광주를 중심으로 전라도 지역이 점차 낙후되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의 의견만 듣고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일에 정치인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한 누리꾼은 "광주만큼 투자와 발전이 더딘 곳도 없는 것 같다. 투자가 없어 도심 발전이 없는데 인구 유입이 될 리도 없다"며 "이제는 광주시가 시민을 좀 더 존중해 발전에 앞장서는 모습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외형 확장을 추진하던 유통업체들은 집단적 텃세에 직면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서울과 수도권, 지방이 모두 골고루 잘 살 수 있도록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지방 출점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바로 중소상인의 표심을 의식해서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경북 포항시 두호동에 위치한 롯데마트 두호점은 지난 2013년 2월 완공했지만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4년간 일곱 번이나 마트 개설 신청을 했지만 포항시는 상인 반발을 의식해 '상생협약'을 강조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롯데마트 양평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지난 2012년 7월 건축 허가를 받고 85% 가량 공사가 진행됐지만 주변 상인과의 마찰로 지난 2013년 7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주민들이 흉물로 변한 공사현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양평군은 지난해 11월 의견을 수렴해 공사 재개를 허가했지만 상인회의 반발로 여전히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쇼핑시설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지역 상인들을 쇼핑시설로 흡수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어 상권의 붕괴가 아닌 이동과 공존의 형태로 변모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규제가 심해지면서 외형 확장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규제로 발목 잡힌 유통업체

이런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전통시장과 상생협의를 맺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유통업체는 매장 면적 3천㎡ 이상인 대규모 점포 개설 시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를 작성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하고 인근 전통시장과 상생협의를 맺어야 지자체가 등록을 받아주는 방식이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유통업계에서는 추가 출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장을 개설할 부지를 살펴보는 데도 인근 상인회가 없는 신도시를 더 선호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또 외형 확장이 어려워지면서 매출 규모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지난 2009년부터 출점 제한과 영업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돼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고 매출이 감소돼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기존점포 매출 성장률은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난 2012년(-3.3%)부터 역신장세로 돌아서 2013년 –5.0%, 2014년 –3.4%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대형마트 전체 매출은 지난 2012년 38조7천억원에서 2014년 37조7천억원으로 2년간 1조원이나 줄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인들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이 동대문구, 성동구의 의무휴업 처분에 대한 위법 판결을 냈지만 각 지자체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한 것만 봐도 업체들과 정부가 타협점을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반면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은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약자인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규제에 적극 나섰지만 실제로 전통시장의 매출은 지난 2011년 22조1천억원에서 2014년 19조7천억원으로 3년간 2조4천억원 더 감소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곧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치를 저버린 결과다.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도 대형마트 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으로 1년에 24번 문을 닫았지만 전통시장에 방문한 소비자는 1회 증가에도 못 미쳤다. 의무휴업제도 시행 후 구입처 변화가 없는 소비자 역시 80.5%에 달했다.

협력업체들의 매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후 연평균 1조7천600억~1조8천100억원씩 줄어들었다. 특히 농어업 산지 생산자 매출은 연간 1천360억원 가량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는 규제는 지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실패한 정책을 더 끌고 나가는 것도 모자라 최근 더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역시 대형 유통업체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2000년 모든 영업규제를 푸는 대신 도시상권활성화 제도를 도입한 것을 눈여겨 보고 정부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고려해야 하는 정책은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규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영세상인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대형소매점과 다른 측면에서 경쟁해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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