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오전 공판의 핵심 사항으로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두고 특검 측과 변호인단이 뇌물죄 성립 여부와 관련된 공방이 이어졌다.
특검 측은 대가성 여부를 따져 뇌물로, 변호인단은 강요에 의한 출연으로 삼성에게만 덮어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4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의 3차 공판을 서관 417호 법정에서 이어갔다.
오전 공판에서의 핵심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이 대가를 바란 뇌물로 봐야 하는지다.
특검은 강사민 전 K스포츠 대회협력부 부장과 강우영 삼성물산 경영기획실 기획관리팀장, 권순범 전경련 사회본부 사회협력팀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기강 전 문체부 주무관 등의 진술 조서를 토대로 이를 입증하는 주장을 펼쳤다. 특검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사전 인지한 삼성이 각 기업에게 출연 지원을 주도적으로 설득했으며, 전경련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특검은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통해 삼성물산이 미르재단의 출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공개한 진술 조서에 따르면 강우영 삼성물산 팀장은 "(미르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미래전략실이 일방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미르재단이 설립된 당시 재단으로부터 건내 받은 관련 문건들이 없다"고 말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미르재단이 어떤 곳인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한채 출연금을 냈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특검은 미르재단 설립 과정이 허술했음을 강조했다. 특검은 삼성물산이 2015년 10월 25일 출연금을 지급하기로 날인한 뒤 27일 미르재단 창립 현판식이 끝나고 28일이 돼서야 기안을 작성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사전 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미르재단에 대해서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삼성 미래전략실의 요청대로 출연금을 지급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특검은 권순범 전경련 팀장의 진술을 통해 일주일도 안돼 재단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10월 26일 법인설립허가를 신청했다. 문체부와 사전 협의하기로 했다. 10월 22일 BH(청와대) 회의 이후로 급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권 팀장은 미르재단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그룹의 그룹사 실무진에게 2015년 10월 25일 연락을 취해 26일 오전 팔래스호텔로 모일 것을 요청했다. 이 곳에서는 출연과 관련된 재산출연증서,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전달받고 날인 등을 받게 된다.
다만, 기본재산으로 잡혀있던 출연금 상당부분을 100억원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보통재산으로 돌리는 내용으로 변경한다는 주문이 위로부터 내려오게돼 결국 그날 오후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들에게 재날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미르재단 법인설립허가 신청서는 날인이 빠진채 26일 저녁 문체부에 접수됐다.
미르재단설립 허가 관련 업무를 진행한 김기강 전 문체부 콘텐츠산업실 대중문화산업과 주무관은 그 당시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업무는 하윤진 과장의 지시를 받아 처리했는데, (나중에) 하윤진 과장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단법인 설립과 관련해 필요 서류를 이메일로 이소원 팀장(전경련 사회공헌팀장)에게 25일(2015년 10월) 이메일로 전달하고, 26일에는 이소원 팀장으로부터 직접 만나 서류를 건내받았다. 다 구비가 돼 있어서 공문 기안해서 결제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장충기 전 삼성전자 사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내용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진술도 공개했다.
권 회장은 "안종점 수석이 정호성 비서관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면서 전화를 해보면 더블루케이 대표 조성민의 연락처를 가르쳐 줄 것"이라고 전달받았다고 했다. 특검은 포스코가 미르재단이 청와대 추진사업이라고 생각해 거꾸로 출연여부에 대한 이사회 결의도 없이 일단 출연 약정부터 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은 사실이지만 그에 따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러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출연했지만 유독 삼성만 뇌물죄 프레임을 갖다댄다는 점도 지목했다. 출연과정도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며, 특검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강우영 삼성물산 팀장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질문을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미래전략실과 쌍방인지, 일방 소통을 했는지를 물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질문을 했다.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변호인단은 강 팀장이 "재단의 설립 취지와 금액의 적절성에 대해 검토했다. 삼성물산이 부담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단 출연과 관련해 미래전략실의 말을 신뢰했다"라는 진술을 근거로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한 출연금 지원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각 기업들이 미리 출연을 결정하고 사후 기안을 작성하는 등 이례적인 절차를 밟은 것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기업들의 출연 절차가) 이례적이기는 하나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며, "삼성의 경우 업무 중 시기적으로 급박하면, 내부 절차와 전결권 등을 통해 구두로 사전 승인하기도 한다. 사무적으로 근거를 남기기 위해 사후 기안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 기업들이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출연했음도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미르재단 출연과 관련해)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염려가 있다"며, "세무조사가 가장 염려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도 많다. 추진되는 사업이 환경문제와 각종 인허가 문제 등에 발목을 잡혀 추진이 안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염려가 되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미르재단 설립 과정이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피고인들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한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요구하고 다른 기업이 참여하고 있어 삼성에서도 결정했다"며, "(이러한 진술들이 삼성의) 뇌물죄 성립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입장이나 다른 기업도 다 같은 입장이었다. 삼성의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대가 관계가 입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술 조서에서는 대가 관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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