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채송무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판 기일이 23일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지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초췌하지만 건강에는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이는 얼굴로 법정에 도착해 자신을 향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향후 검찰과 이뤄질 대 공방의 서막이 올려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적용한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을 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증거가 아닌 여론과 언론 보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반격을 꾀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25분에 걸쳐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공소사실은 추론과 상상에 기인해 기소됐다"며 "상당수 증거가 언론기사로 돼 있는데 참고자료 같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나"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돈 봉투 만찬사건을 이 사건 논리로 적용한다면 사건 당사자들을 얼마든지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기소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변호사는 "모든 사건에는 범행 동기가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럴 동기가 없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의 자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유 변호사는 "검찰은 최씨와 안봉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전제하지만 있지만 공소장 어디를 봐도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 적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공방의 핵심인 삼성그룹 관련 뇌물에 대해 "제3자가 뇌물을 받았을 때 본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경제공동체 개념이 성립해야 한다"며 "검찰은 경제공동체 개념 뿐 아니라 공모 관계도 인정된다고 하지만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모의했는지, 구체적인 모의 과정과 범행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고인도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것이 맞나"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변호인의 입장과 같다"고 이와 입장을 같이 했다.
검찰도 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은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며 "사건 실체가 명백히 알려지도록 입증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를 절감하고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일체의 예단을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증거에만 입각해 수사했다"며 "검찰과 특검이 확보한 방대한 증거를 세밀하게 검토한 결과,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께서 구속돼 법정에 서는 모습은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일 수 있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법절차의 영역에서 심판이 이뤄져 법치주의가 확립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박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혐의가 18개에 이르고,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후 있을 세기의 재판에서 누가 승리할지 관심이 높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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