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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방송, 케이블·IPTV로는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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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본방 앞두고 TV·재송신 등 시청환경 과제 산적

[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지상파 방송사가 오는 31일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UHD 화질 본방송을 시작하지만 이를 시청할 수 있는 가구는 극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려면 UHD 화질의 TV가 있어야 하며, 지상파를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안테나(직접수신)도 갖춰야 한다.

더구나 지상파는 유료방송(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에 UHD 방송을 재송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시청자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보고 있는 환경을 감안하면 무늬만 UHD 방송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4일 지상파 3사는 오는 31일 수도권 지역 UHD 본방송을 시작하고, 일산 킨텍스에서 이를 알리는 축하행사도 연다고 밝혔다.

지상파 관계자는 "UHD는 풀HD 4배 이상의 초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며 "단계적으로 스마트 인터넷 서비스와 조합을 통해 최첨단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형도가 복잡해진 방송시장에서 지상파는 UHD 방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에선 90% 이상 가구가 유료방송으로 지상파를 보고 있는데 이를 직접 수신환경으로 바꾸고, 인터넷 기반의 양방향 서비스로 통신사의 IPTV나 넷플릭스 같은 OTT와 정면 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상파는 3사 연합으로 방송 장면 검색, 뉴스 포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OTT 서비스 '티비바'도 UHD 방송을 통해 준비 중이다.

문제는 이를 볼 수 있는 시청자가 거의 없다는 점.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이면서 북미식 표준의 UHD TV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환경이 구비되지 않으면 UHD 방송도 HD 화질로 봐야 한다.

지상파 UHD 본방송을 보려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여야한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UHD 방송을 재송신할 계획이 없는데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6%대 수준에 그친다.

UHD TV 환경도 갖춰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지상파 UHD 방송 표준 방식을 북미식(ATSC 3.0)으로 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3월전까지 출시한 UHD TV는 유럽식(DVB-T2)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식 TV를 구입한 소비자들을 위해 미국식 방식의 UHD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수신변환기(컨버터)를 곧 판매할 예정이다. 전자업체들은 이 변환기 가격을 10만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지만 이 역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재송신 갈등 커질 듯

더욱이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유료방송사에 재송신 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문제.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UHD 방송 재송신을 놓고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유료방송사에 UHD 방송을 재송신할 계획이 없다"며 "유료방송사들이 그동안 저가경쟁을 하며 방송 콘텐츠가 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는데, 직접 수신환경에서 고화질의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결국 재송신료(CPS)를 올리려는 속셈"이라며 "1조원짜리 700㎒ 주파수 대역을 공짜로 할당 받아 놓고 대다수의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방송법에는 지상파가 UHD 방송을 재송신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지난해 제정된 지상파 재송신 협상가이드라인은 있다. 그러나 지상파가 UHD 방송을 하는 프로그램도 HD 화질로 재송신을 하기 때문에 블랙아웃 우려는 없고,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이여서 강제성이 적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상파가 UHD 방송과 관련해 유료방송에 재송신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며 "사업자들이 아직 조정을 요청한 상황이 아니라 관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청자가 UHD 본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디어환경 변화를 고려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 부실장은 "UHD 재송신을 둘러싼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송신 첨예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자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 수준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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