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지영기자] 알파고와 인간이 한 팀이 되어 맞붙은 페어대국에서 롄샤오 8단이 알파고와의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역전승을 이뤘다.
26일 오전 중국 저장성 우전 컨벤션센터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의 특별 이벤트 대국인 페어대국(Pair Go)이 열렸다.
구리 9단과 알파고가 한 팀을 이루고 롄샤오 8단과 알파고가 한 팀을 이뤄 펼치는 맞대국인 만큼,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한 팀이 되어 얼마나 호흡을 맞출 수 있는지가 주목된 대국이었다.
이번 페어대국에선 알파고의 수를 롄샤오 8단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구리 9단의 어려운 수를 알파고가 정확하게 읽어내는 장면들이 연출돼, 커제 9단의 지난 맞대국과는 달리 흥미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대국 흐름도 흥미롭게 흘러갔다. 커제 9단과의 지난 두 대국에서 초반 승세를 잡은 뒤 단 한 번의 흔들림없이 밀고 나갔던 것과 달리, 알파고는 인간과의 협업을 통한 이번 대국에서 역전승을 허용했다.
대국 초반엔 구리 9단과 알파고 팀이 주도권을 잡았다. 둘은 하나가 된 듯한 호흡을 자랑하며 적극적으로 판을 이끌어나갔다. 구리 9단이 두텁게 두면 알파고가 압박하고 알파고가 손을 빼면 구리 9단이 수를 둬 막는 식이었다.
별다른 포석이랄 것이 없이 좌하귀와 우하귀 접전으로 시작된 대국 초반, 속기파로 알려진 구리 9단과 롄샤오 8단은 거침없이 수를 두며 상대를 압박해나갔다. 제한시간 1시간, 초읽기 1분 1회인 만큼 빠르게 대국이 진행됐다.
알파고는 커제 9단과의 지난 2대국에서 한 수 당 1분 내외의 시간을 사용했던 것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를 내며 초반 20초 내외로 착점 해나갔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목진석 한국기원 국가대표팀 감독은 "몇십 초 내에 이런 수가 나온다는 것이 놀랍다"며 "렌샤오 8단은 알파고와 따로 노는 느낌이고 구리9단은 알파고와 잘 맞고 마치 한 몸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초반 주도권을 빼앗긴 롄샤오 8단은 장고를 이어갔다. 제한 시간 역시 구리 9단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소비하며 기풍과 형태 모두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국 종반 롄샤오 8단은 좌변 흑진을 파괴하며 자신감있게 변화를 만들어갔다. 타협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거듭 장고에 들어가며 변화를 만들어냈다.
결국 결과는 롄샤오 8단과 알파고 팀의 승. 초반 승세가 무너지고 알파고와의 호흡을 잃은 구리 9단은 220수만에 돌을 던지고 불계패했다.
한편, 이날 오후엔 스웨·천야오예 9단 등 5명의 선수와 알파고가 맞붙는 상담기대국(Team Go)이 열린다. 세계 우승 경험자들이 단체로 머리를 모아 알파고에 맞서는 만큼 어떠한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오는 27일엔 커제 9단과 알파고의 3번기 마지막 대국도 진행된다. 알파고는 지난 23일 1집반 승, 25일 155수 불계승으로 2연승을 하며 커제 9단을 여유롭게 압도한 바 있다.
오지영기자 comeon01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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