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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통신모뎀…애플·퀄컴·인텔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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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된 특허 소송전, 대체 모뎀 있어 탑재비율 변화 야기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아이폰10주년 기념작이 될 아이폰8(가칭)의 통신모뎀 공급을 두고 물밑에서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퀄컴과 인텔이 각각 통신모뎀을 공급하겠지만 두 모뎀의 탑재 비중에 이어, 가까운 미래 애플 자체 통신모뎀이 개발될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오는 하반기 출시할 계획인 아이폰8의 통신모뎀 공급을 두고 애플과 퀄컴, 인텔 간의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7 통신모뎀 공급처로 퀄컴과 인텔을 선택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X12 LTE와 인텔 XMM7360이 지역별, 이통사별로 교차 적용됐다. 정확한 비중은 알 수 없으나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퀄컴과 인텔의 통신모뎀 탑재 비중은 7:3으로 가격에서도 성능 차로 인해 각각 23달러, 15달러가 책정됐다.

애플은 초기 아이폰 통신모뎀으로 독일 인피니온의 제품을 선택했다. 아이폰3GS까지 인피니온이 통신모뎀을 담당해왔으나 2011년부터 퀄컴으로 공급처가 바뀌었다. 인텔이 인피니온을 인수한 것도 있었지만, 미국 버라이즌을 비롯해 더욱 많은 곳에 아이폰을 공급해야 하는 애플로써는 CDMA 특허를 보유한 퀄컴을 선택해야만 했다. 특히 LTE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이폰 내 퀄컴 통신모뎀의 입지는 보다 강화됐다.

이랬던 애플이 무려 6년 만에 인텔을 복수 공급처로 선택한 셈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퀄컴에서 통신모뎀 전량을 공급받아 자체 모바일AP인 A 시리즈에 연결해왔다. 인텔의 통신모뎀 수준이 오른 점도 있겠으나 통상적으로 유리한 거래를 끌어내고 공급망의 안전성을 기하기 위해 애플은 복수 공급처를 선호해왔다.

◆ 애플 퀄컴 통신 특허 두고 ''으르렁''

올해는 아이폰8 통신모뎀 공급을 두고 셈법이 다소 복잡해진 형국이다. 우선 애플과 퀄컴의 특허소송전이 이어지고 있으며, 약점으로 지적됐던 CDMA 특허 지원 여부를 넘어설 수 있는 인텔 통신모뎀의 등장, 라이선스 싸움으로 인해 애플의 독자칩 개발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퀄컴이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을 통해 손해배상 10억 달러(한화 약 1조2천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영국에서도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제소하기도 했다. 애플은 퀄컴에 라이선스 비용 지급도 끊었다.

퀄컴은 즉각 반박했다. 애플이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맞소송을 걸었다. 최근에는 애플 기기를 생산하는 폭스콘과 페가트론, 위스트론, 콤팔 등을 상태로 특허료를 내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형국이다.

퀄컴은 정식 성명을 통해 "애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애플은 의도적으로 우리가 발명한 기술의 엄청난 가치를 잘못 설명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유보함으로써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퀄컴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퀄컴 소송 제기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퀄컴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자체 통신모뎀 개발을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AP 독립의 남은 중요한 퍼즐 하나가 통신모뎀이기 때문이다.

◆ 애플의 모바일AP 독자노선 마지막 퍼즐

애플은 그간 모바일AP 독자 설계를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ARM의 라이선스를 받아 코어를 자체 설계하는가 하면, 이매지네이션 GPU 라이선스를 가져와 커스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매지네이션과 협력 관계를 끊고 독자 노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모뎀 또한 애플에는 숙제 중 하나였다.

애플이 통신모뎀을 자체 설계할 것이라는 소식은 지난 2015년부터 불거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애플이 퀄컴의 통신모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A 프로세서와의 최적화에 따른 성능향상, 라이선스 비용 절감, 차후 제품 로드맵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IHS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 아이패드 에어2에 적용된 모바일AP인 A8X의 가격은 22달러, 퀄컴의 통신모뎀은 그보다 높은 33달러로 책정됐다. 물론 통신모뎀 속에는 MDM9625M뿐만 아니라 RF칩인 WTR1625L, WFR1620도 더한 값이다.

정확한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으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1 태블릿의 경우 자체 모바일AP인 엑시노스와 통신모뎀이 결합했다. 각각의 가격은 18.8달러, 15달러 수준이다.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모바일AP와 통신모뎀을 SoC 형태로 원칩화한다면 둘 사이의 최적화를 도모할 수 있다. 성능과 전력효율, 공간절약 등의 이득을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엑시노스 통합AP를 전략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으며, 타 경쟁업체에서도 모바일AP 단일 칩을 도모하고 있다. 두뇌 역할을 하는 CPU와 유려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애플에는 매력적인 도전과제다.

통신모뎀을 자체 개발한다면 향후 경쟁이 가속화될 5G와 IoT 사업에서도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인텔이 비록 모바일AP 사업을 접으면서도 통신모뎀의 끈을 높지 않고 연구개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30일 에신 터치오글루(Esin Terzioglu) 퀄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영입했다. 터치오글루 부사장은 퀄컴에서뿐만 아니라 메모리 지적 재산권업체인 노벨릭스 창업자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퀄컴의 경력을 살려 애플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한다.

◆ 인텔의 빈틈 노리기 통할까

애플이 통신모뎀을 독자 설계할 수는 있으나 완전하게 퀄컴의 특허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다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반독점 행위에 따른 제재 결과, 협력업체인 삼성전자와 인텔을 통해 힘을 실을 수 있다.

인텔은 지난 2010년 애플 아이폰 통신모뎀을 공급한 인피니온을 14억 달러(한화 약 1조5천700억원)에 인수한 이후 꾸준히 통신모뎀 개발에 힘썼다. 지난 2014년 XMM7260을 상용화하고, 이듬해 XMM7360을 선보였다. XMM7360은 추후 아이폰7에 장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7의 통신모뎀은 지역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퀄컴과 인텔로 교차 적용되기는 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CDMA 지원 여부에 따른 선택으로 보인다. 퀄컴은 CDMA 특허와 관련해 경쟁사가 없을 정도로 유일한 지위에 놓여 있다. 인텔 XMM7360은 CDMA를 지원하지 않는다.

CDMA 연결이 필요한 미국 버라이즌이나 중국 등에는 퀄컴의 통신모뎀을, WCDMA 등 GSM 규격이 보편화된 한국의 경우 인텔칩이 탑재된 아이폰7 상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애플로서는 CDMA 특허로 인해 퀄컴의 통신모뎀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2015년 알테라 인수로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텔은 당시 중국 비아의 자회사인 비아텔레콤을 인수했다. 비아텔레콤은 중국의 CDMA를 사용할 수 있는 모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이 퀄컴의 특허를 피해 CDMA 기술을 통신모뎀에 녹일 수 있는 포석을 얻게 됐다.

구체적인 성과는 이미 드러났다. 올해 1월 인텔이 공개한 XMM7560에는 CDMA와 EVDO를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퀄컴 칩 없이도 특정 지역에서는 인텔의 칩만으로 CDMA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은 상반기 샘플을 공급했으며,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아이폰8에 퀄컴과 인텔 통신모뎀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대략 5:5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기울 가능성도 상당하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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