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SK하이닉스가 극적으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우선협상대상자에 포함됐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한미일연합의 최종 인수가 결정되기까지 내부 투자금액 대비 지분율과 경영 전략이 논의돼야 하고, 각국의 반독점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WD의 매각금지 요구도 벗어나야 한다.
22일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우선협상자 선정은 국가대표 선발전이 막 끝난 것이나 진 배 없다. 우선적으로 연합 내부에서 투자금액과 지분율을 산정해야 한다. 이미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한미일연합을 선택했다. 한미일연합은 일본산업혁신기구와 베인캐피탈,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SK하이닉스도 포함돼 있다. 도시바는 도시바 메모리 기업가치가 온전히 평가되고, 기술 유출 우려가 적으며, 일본 고용 확보와 존속의 확실성 등을 근거로 한미일연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연합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51%를 도시바로부터 인수하는 방향으로 맞출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2조엔에 달하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금액을 두고 연합 내부 업체들의 투자금액 산정과 그에 따른 지분율이 고려돼야 한다. 이미 연합 내부에서 지분율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도시바에 약속한 이행 조건들의 실행 계획도 세워야 한다. 기술협력을 통한 동반성장과 욧카이치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 고용 안정을 위한 계획 등이 잡혀야 한다.
각국의 반독점규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미일연합은 주요 국가의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도시바가 이사회 보고서에 언급한 “각국경쟁법 등의 필요한 수속을 거치겠다”는 내용은 이를 두고 언급한 말이다. 정황상 반독점 규제는 무난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한미일연합을 선택한 이유로 각국의 반독점 규제를 무난하게 통과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우선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정황상 어렵지 않게 통과될 확률이 높다"며, "한국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연합 내 주도적 입장이 아닌 융자 투자 성격이다보니 반독점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한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하기에 주도적이기보다는 이 상황을 관전하는 상황이다. 대신 일정 지분을 획득해 향후 도시바와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실사를 통해 도시바 전략이나 기술개발 현황도 살펴볼 수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시바와의 협력은 SK하이닉스로는 중요한 대목이다. 삼성전자, 인텔과 마이크론, WD와 도시바 등 낸드 시장의 기술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남은 유망업체로는 씨게이트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가장 큰 변수이자 고비는 WD다. 현재 언제든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WD는 통해 지난 5월 14일 ICC 국제 중재재판소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매각 금지 구제책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 법원의 첫 심리는 내달 14일 열린다. WD는 공식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동의 권리와 법적 지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업에 가장 중요한 인력의 범위가 모호하다. HDD와 중복되는 솔루션 관련 인력이 어떻게 분리될지, 그리고 IP를 활용함에 있어 웨스턴디지털의 승인없이 가능할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시바는 WD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내년 3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기 위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시바는 "오는 28일 예정인 정기주주총회까지 최종합의, 각국경쟁법 등의 필요한 수속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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