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영례, 양태훈기자] 정부가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해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인상을 골자로 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22일 확정, 발표했다.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은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상 고시를 통해 장관이 선택약정할인율 산정 기준을 정할 수 있고, 위아래 5% 가감할 수 있도록 해 할인율 인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동안 유력한 인하방안으로 거론됐던 기본료폐지나, 중기 방안인 2만원대 보편적 요금제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이의 실행을 위해 법 개정 등이 필요, 당장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는 선택약정할인율을 25% 인상하면 단말기 지원금에 이어 매출 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 판단과 달리 미래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할인율을 25%로 인상하는 것 역시 법리 해석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소송, 위헌 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후폭풍이 적잖을 조짐이다.
◆"선택약정할인 일률 인상은 위법" 반발
이통 업계는 이미 이 같은 정부 결정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가 이번 선택약정할인율 25% 인상에 대해 위법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크게 단통법 취지 위반, 이용자 차별, 이통사의 요금결정권 침해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이와 관련 선택약정할인의 법적 근거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관련 고시에 있다.
현행 단통법 6조 '지원금을 받지 아니한 이용자에 대한 혜택 제공'에는 이용자 차별 해소와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미래부 장관에 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관련 고시 3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에 요금할인율을 통신사업자의 직전 회계연도 가입자당 월평균 지원금을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으로 나눠 산정한 비율을 요금결정의 자율성, 이통시장의 경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5% 범위 내 가감해 최종 할인율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 제공 취지가 가입자 차별 해소를 위한 것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될 수 없고 ▲단말기 및 지원금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음에도 일률적인 요금 할인이 오히려 가입자 차별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와 그렇지 않은 가입자간 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이를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단통법에서 정한 근본 취지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경우 지원금을 웃도는 요금 할인으로 오히려 가입자 차별이 발생하는 등 이를 규제하는 단통법과도 상치된다"며 "더욱이 이런 방식의 통신비 인하가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통신요금 수준을 미래부 장관이 정한다는 것과 다름없어 사업자의 요금 결정권 등 경영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래부 장관이 산정 근거 없이 할인율을 임의로 정하는 것은 법의 위임 한계를 넘어선 것인데다, 이의 효력 부여 등에 대한 근거가 없어 강제 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약정할인율을 25%로 인상해도, 현행 고시나 법상 어떤 형태로 이를 효력화 할지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며 "이를 또다른 고시나 행정처분을 통해 강제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어 현재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산정 비율의 5% 범위 내 가감할 수 있다는 규정 역시 기존 20% 할인에서 5% 가감인지, 이를 5%p 내에서 가감할 수 있는 지 해석이 모호한 상태에서 이를 5%p로 해석, 25%로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고시의 '요금 결정권'도 장관에 있는지, 이통사업자에 있는 지 역시 법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문제 없다"강행 …상한제 폐지 등 9월 분수령?
반대로 정부는 현행 법과 고시를 근거로 선택약정할인율 25% 인상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위법 소지 등을 주장할 명분이 없다는 것.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2년 전에 선택약정할인율을 20% 올렸을 때도 반발 없이 업계가 이를 받아 들였다"며 "이제 와서 효력여부 등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은 명분이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정의 근거 없이 장관이 이를 정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이미 전년도 회계기준에 따라 관련 지원금 등을 재산정했고, 기존과 동일해 이를 기준으로 고시를 통해 25% 상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래부는 지난 2015년 당초 12%였던 할인율을 20%로 상향할 때도 구체적인 산정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적용 시점 등을 공문으로 통보, 시행한 바 있다.
양 국장은 또 "이번 방안은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에 혜택을 더 주겠다는 취지"라며 "아울러 단말기 유통과 서비스 활성화는 별개 문제로, 이번 정책을 통해 통신비를 인하하고, 자급제 활성화 등 시장경쟁을 바꾸려면 요금할인은 불가피 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아예 이를 법제화, 강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 9월 선택약정할인율을 최대 30%까지 인상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 현재 국회 계류 중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현 의원은 "요금할인을 고시개정을 통해서가 아닌 법률상 법적인 근거를 뒀다는 점에서 국정위가 추진하는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가계통신비의 대폭적인 절감을 위해 미래부 재량권 남용에 대한 우려를 법적으로 보완하고 그 권한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고시 개정을 통한 요금 할인 이외에 이 단통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논란은 현행 지원금 상한제가 9월 말 일몰되는 만큼 이때가 분수령이 될 조짐이다. 지원금 상한제가 사라지면 이에 상응하는 선택약정할인 제공 등 근거에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을 25%로 일괄 인상한 상황에서 반대로 이에 맞는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 경우 지원금 확대, 선택약정 할인 등 이통 업계의 이중고도 우려된다.
실제로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확대되면 단순 계산으로 이통 3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연 약 3조원 (작년말 기준 선택약정 가입자 1천397만명, ARPU 3만5천500원, 24개월 약정시) 가까이 된다. 5%포인트만 올라도 6천억원 가까운 추가 부담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현행법상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24개월이 지나면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고, 기존 할인 가입자도 6개월을 위약금 없이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이번 조치에 따른 이통사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지원금 등 이통 3사가 별도 부담한 마케팅 비용도 약 8조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에 따른 매출 감소 폭은 현재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 질 수 있다"며 "지원금을 통신사에게만 부담시켜 통신서비스 산업의 피폐화와 유통망 피해, 일자리 감소는 물론 5G 투자 차질 등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업계가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심각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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