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태훈기자] 정부가 확정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중 당장 실행을 앞두고 있는 정책은 '(단말기)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다. 정부는 현행 20%인 할인율을 25%로 상향키로 했다. 하지만 인상폭과 그 효과를 놓고 오히려 논란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당장 이동통신 3사는 현행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정대응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 정부와 통신사업자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면서 정부의 예상대로 9월 시행 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이 할인율이 상향되더라도 당초 취지와 같은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지도 논란이다.
◆약정할인 25%로 상향 …할인효과 얼마?
지난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미래창조과학부가 확정한 방안에 따르면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할 경우 기대 인하 효과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됐다.
평균가입요금수준(4만원) 기준 기존 가입자는 월 2천원, 신규 가입자는 월 1만원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는 약 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할인율 상향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으로, 이르면 9월 시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현재 1천500만명 수준으로 추산되는 선택약정할인가입자가 1천900만명 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데이터무제한 상품은 월 5만원 이하(6만5천890원->4만9천420원), 음성무제한 상품은 월 2만5천원 이하(3만2천890원->2만4천670원)의 요금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할인 효과를 두고 1만1천원 기본료 폐지 등을 주장해온 시민단체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인 반면, 이통 사업자는 이에 따른 매출 감소폭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정부 조치로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대상 평균 2천 원 정도의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전체 통신 가입자 대상 1천원 요금 인하보다 혜택의 범위나 체감효과가 부족한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 데다 대상역시 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행법상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 대신 12개월에서 24개월간 받는 요금할인이지만, 이미 지원금을 받았어도 약정이 만료됐거나, 기존 20% 요금할인 약정이 만료된 가입자, 서비스 개통 후 24개월이 지난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 중고폰, 자급폰 이용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업계 및 미래부,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현재 선택약정할인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27% 수준인 1천50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의 경우 미래부는 4만원선,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3만5천원선으로 잡고 있다. 이 기준으로만 이번 할인율 상향조치에 따른 매출 감소폭은 6천억원에서 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녹색소비자연대 등에 따르면 이중 24개월 약정이 만료된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18%선인 1천251만명 수준으로 이중 선택약정 할인을 받지 않은 경우는 1천만명이 넘는다. 이들 역시 추가 약정에 따른 요금할인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선택약정할인율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폭은 정부나 시민단체 추산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 실제로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지난 2015년 연말 430만명을 기록한 뒤 정부 예상보다 석달이나 빠른 지난해 9월 1천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4월 선택약정할인율이 12%에서 20%로 상향된 뒤 하루평균 가입자가 860명 수준에서 1만6천600명으로 19배 급증한 결과다. 이번 상향 조치로 정부는 가입자가 1천900만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가입자는 이를 웃돌 수 있다. 또 정부 예상치라도 이는 전체 가입자의 35% 수준으로 대신증권은 선택약정할인가입자 비중이 40%를 넘기면 추가로 1조원, 50%의 경우 2조원 가까운 매출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따른 체감 할인 효과와 이에 따른 이통 3사의 매출 감소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할인율이 커진만큼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매출 및 이익 감소규모는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특히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고 단통법에 명시된 선택약정의 경우는, 통신사가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의 부담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볼 수 없고, 5G 상용화라는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등과 같은 인위적인 요금인하 추진은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25%? 5% vs 5%p 놓고 '법리 공방' 예고
더욱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치를 놓고 당장 이해관계자인 이통 3사가 위법 소지 등을 문제 삼고 이에 따른 법적대응 가능성까지 열어 둔 상황에서 이의 실행을 전후로 논란은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이통 3사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활용하는 것은 법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상 선택약정할인은 가입자 차별 해소를 이유로 지원금에 상응해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20% 수준인 선택약정할인율이 이미 평균 지원금을 웃돌고 있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건을 이미 벗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지원금 지원율과 20%인 선택약정할인율 격차는 이미 많게는 15%포인트(p) 이상 벌어진 상태. 이를 25%로 상향하면 지원금 비율대비 최고 20%p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당초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현행법상 미래부 장관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고, 관련 고시에 기준율의 100의 5(5%)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이다.
정부는 이 법과 고시에 근거 미래부 장관이 고시를 바꿔 현행 20% 수준인 선택약정할인율을 최고 25%까지, 5%p상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통사는 법의 취지 등을 감안할 때 5% 범위내 가감을 5%p가 아닌 기준액이나 비율의 5%, 즉 현행 20% 약정할인율의 5%인 1%p를 가감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현행 부동산 세율이나 법인세 관련 세법 상 100의 50에서 가감 규정의 적용은 기준율의 50% 수준에서 더하거나 뺄 수 있는 것으로 적용, 이를 50%p 가감으로 해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판단대로 미래부 장관이 5% 포인트를 가감해 최종 할인율을 정할 경우 지원금을 받는 이용자보다 할인을 선택하는 이용자를 현저히 우대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따라서 이는 할인액이나 최종 할인율의 5% 수준에서 가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향후 신용현 의원이 100의 5를, 100의 15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 선택약정할인율을 30%대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의 국회 처리과정에서도 논란이 재연 될 수 있다.
아울러 이통 3사는 현행 고시에서 미래부 장관이 이를 5%에서 가감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어떤 형태로 효력화 할 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강제하기 위해 이를 별도 고시에 규정하거나,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할 경우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앞서 미래부는 지난 2015년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상향할때는 이통 3사에 이를 공문으로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미래부가 이를 강제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고위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 5%p상향 조치는 현 시장상황 및 시장 지원율을 재산정한 결과 적정한 수준"이라며 "이미 지난 2015년 관련 규정 등을 근거로 12% 수준인 할인율을 20%로 상향 조치한 선례가 있어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일한 기준, 동일한 고시 근거에 따라 통신사업자 반발에도 이를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며 "아울러 향후 (통신사업자가) 유통채널에서 고의적으로 지원금을 줄이거나, 선택약정가입을 안 받는 등 차별 할 수 있다고 판단, 방통위와 함께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이처럼 법리 해석을 달리하고 있어 정부 일정대로 두달간의 검토를 거쳐 9월 께 이를 시행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셈이다.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소송 등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또 지원금 하락, 국내 단말기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 등 규제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와 같은 역효과 등 실효성 논란도 가열될 수 있어 정부와 업계가 이에 대한 조율 및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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