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기자] 19대 대통령 선거 패배, '제보 조작' 사건으로 치명상을 입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을 뒤로한 채 당을 혁신·재건을 이끌 새 사령탑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安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없어"
안 전 대표는 지난 5월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당 텃밭 호남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갔지만, 대선 막판 당 공명선거추진단에서 제기한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론에 휘말렸다.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제게 있으니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몸을 바짝 낮췄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검찰이 제보 조작 사건에 안 전 대표를 비롯한 당시 당 지도부, 이른바 '윗선'이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안 전 대표는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 당 소속 의원들과 연일 만나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결국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안 전 대표는 3일 오후 출마 기자회견에서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고 했다. 자신이 다시 한 번 전면에 나서 당을 추스르고 정치적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 주장까지 제기되고, 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발표할 백서에 상당 비중의 책임론이 거론될 것으로 전해지자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우려, 출마를 결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의원 다수 '반대'에 일각 탈당설…뒤숭숭한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뛰어들면서 전당대회 구도는 급격히 안 전 대표 쪽으로 쏠리게 됐다. 문제는 전당대회 과정 뿐 아니라 이후에도 내홍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 소속 의원 다수가 안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탈당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김종회·박주현·박준영·유성엽·이상돈·이찬열·장병완·장정숙·정인화·조배숙·주승용·황주홍 의원은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출마를 만류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대선 패배, 증거 조작에 직간접 관계가 있는 분들은 책임지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안 전 대표의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경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대표는 이번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손을 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 실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전날 안 전 대표와 만나 '출마 시 탈당하겠다는 당 고문들이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의 출마 기자회견을 전후해서도 당 안팎에서 탈당설이 난무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당 전체가 내홍에 빨려들 경우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 해도 온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고, 당 뿐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재기마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당장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전 대표를 겨냥한 대선 패배 책임론, 제보 조작 사건 책임론이 난무하면서 전당대회 자체가 '안철수 심판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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