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기자] 세계 사이버 보험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이버보험은 랜섬웨어 등 해킹 공격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이다. 사이버 위협이 늘면서 관련 보험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사이버 위험 증가 등이 국내 사이버 보험 활성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7일 보험연구원의 '미국 사이버 보험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사이버 보험 관련 원수보험료는 13억4천만 달러(약 1조5천억 원)를 기록했다.
사이버 범죄 증가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34.7% 급증한 것. 또 총 원수보험료의 67.9%가 단독보험(standalone)으로 재물·배상책임 보험 등 특약 형태의 패키지 보험보다 선호됐다.
사이버보험을 판매하는 상위 15개 보험회사의 원수보험료 비중은 미국 손해보험시장의 약 83%를 차지했다. AIG(2억2천800만 달러) 등 상위 3개사의 비중이 40%다. 보험회사 대다수가 사이버보험 관련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보험 손해율 또한 2015년 51.4%에서 2016년 46.9%로 4.5%p 감소해 수익성이 개선됐다.
박정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사이버 공격이 랜섬웨어와 관련이 있었다"며 "손해율 감소는 거의 모든 랜섬웨어 사례에서 손실이 공제금액보다 낮거나 간단한 백업 복구로 보험금 지급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세계적인 재보험사 뮌헨 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을 포함한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은 3조6천억 원 가량(30억~ 32억 달러)으로 2020년 많게는 9조80억 원(60억~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는 유럽 사이버보험 시장까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전망이다. 내년 5월 25일부터 개인정보 유출 통지 의무 규정 등을 담은 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 정도다.
◆대부분 의무화 보험 시장 머물러
반면 국내 시장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보험개발원 등에 따르면 국내 사이버 보험 시장 규모는 300억~ 400억 원 사이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조차 사실상 임의보험이 아닌 법규에 따른 의무화 보험 시장으로 보인다.
또 보험 회사 입장에서는 사이버 리스크 피해·손실 데이터가 없고, 피해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워 사이버 보험 상품을 설계하기 힘든 점도 있다.
최근 한국침해사고대응팀협의회(CONCERT)가 보험사와 협력해 직접 사이버 보험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 시작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협의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기업 수요자의 의견이 반영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유출보험,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이 전체 보험료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면서 "최근 출시되는 실질적 의미의 사이버보험 상품 가입 사례는 30억 이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국내 보험사에서 사이버 리스크를 고위험으로 여기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해 마케팅에 소극적이고, 고객의 보험 가입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출시되는 사이버 보험은 배상책임 뿐 아니라 본인비용 손해까지 담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 높아"…보안 산업에 긍정적 작용?
다만 최근 빈발하는 사이버 침해사고와 개인정보 규정 강화 등으로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여겨진다. 사이버 보험으로 재무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를 확충하려는 대기업들의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17년 2분기 사이버위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랜섬웨어 피해 민원접수 건수는 4천540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9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해외의 경우 지난 2013년 4천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위기를 맞은 미국 유통 기업 타깃(Target)은 사전에 1억 달러(1천17억 원) 규모의 사이버 보험에 가입해 타격을 최소화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추진할 경우 고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보험이 활성화될 경우 사이버 보안 산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새로운 기업용 사이버 보험 서비스를 내놓은 삼성화재는 침해사고 조사 서비스 업체와 협력해 보험 가입 시 사이버 리스크 평가, 사이버 사고 대응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보험 회사들이 사이버 리스크 진단과 포렌식 등 고객 사고 대응 지원을 위해 보안 전문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보안 서비스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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