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그동안 삼성 믿어주신 분들께 오해 풀지 못하고 큰 실망 안겨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
재판부의 최종변론 기회를 얻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재판과정을 지켜본 것과 달리 다소 먹먹한 모습을 보였다. 준비된 최종변론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던 이 부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을 언급하면서 감정이 복받친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따금 물을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의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사장, 박상진 전 삼성 사장, 황성수 전 삼성 전무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과 국회에서의 위증 등 5가지의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 박 전 사장에게 10년형을 구형했다. 황 전 전무는 7년형이 구형됐다.
재판부는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의 최종변론이 마무리되자 피고인들에게 변론의 기회를 줬다. 이 부회장은 우선 재판장과 판사 등에 지난 5개월 동안 복잡한 재판을 공정하게 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는 말을 시작으로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간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한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려 노력했다"며, "한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제가 너무 부족한 점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이게 모두 다 제 탓이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경영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 법과 정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돼보자는 다짐을 했다"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고 고백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에게 국민연금과 관련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과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 입히고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결코 아니다"라며,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 끼치면서 무슨 욕심을 낼 것인가. 너무 심한 오해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최종변론에 이어 다른 피고인들의 변론이 이어졌다.
최 전 부회장은 "(특검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쓸데없는 총대 매지말라는 요구 받았다.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거짓으로 얘기하겠는가"라며, "(이건희) 회장님 대신해 모든 업무 실질적으로 총괄한 미래전략실장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책임있다면 제게 물어주시고 다른 피고인들은 제 지시에 따랐다는 점을 참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은 "회사에서 오랫동안 홍보와 대외협력 업무 맡아왔지만 이번에 올바르게 판단 못하고 신중히 처신하지 못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미전실 실장을 제대로 보좌 못하고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에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자책했다.
박 전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서 특정선수에게 지원이 이뤄지게 된 점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좀 더 단호하게 했어야 했는데 불찰이다"라며, "승마지원과 관련해 어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이라고도 한 순간 생각해본적 없다. 승마지원 지속적 규모 줄이고 조기 종료시켜야 한다고 했다. 제 개인 형사 책임에 대해 더 말씀드리기 송구스럽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황 전 전무는 "승마지원이 의도하지 않은 대로 흘러간 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삼성 지원이 어떤 대가를 얻기 위한 것임을 생각한 적 없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의 최종변론이 끝난 이후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단, 방청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재판부는 "치열한 공방 펼쳤지만 협조 원활히 해주셔서 결심공판 무난하게 여기까지 왔다"며, "사건 법원 현실이 좁은 공간 속에서 무더위 속에서도 방청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질서있게 임해주셔서 원활히 재판 마쳤다"고 끝맺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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