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컵밥'을 둘러싼 식품업체들의 경쟁이 법정 싸움까지 번진 가운데 자사 제품인 '컵반'을 모방했다고 경쟁사들의 제품 판매에 제동을 건 CJ제일제당이 법원의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원이 CJ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김형두 수석부장판사)는 CJ제일제당이 오뚜기, 동원F&B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컵반은 CJ제일제당이 지난 2015년 4월부터 즉석밥인 '햇반'을 기반으로 국·탕·덮밥 등을 컵라면 모양의 일회용기에 담아 결합해 선보인 제품이다. 이 제품이 인기를 얻자 동원F&B가 같은 해 5월, 오뚜기가 9월에 동일한 형태의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가처분 관련 결정은 향후 진행될 본안 소송 결론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CJ 측은 현재 본안 소송 진행 여부를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단에 따라 CJ 측은 본안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CJ제일제당의 주장대로 오뚜기와 동원F&B 제품의 형태가 CJ의 컵반과 동일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모방에 따른 부정경쟁 행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은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의 모방 행위에 대해선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컵반은 기존의 빈 컵라면 용기와 유사한 형태의 메인 용기에 즉석밥을 뚜껑으로 삼아 결합한 것으로, 이미 즉석 국·탕·라면 용기나 즉석밥 용기에서 흔히 사용되는 형태"라고 말했다.
또 법원은 '즉석밥 용기가 뚜껑역할을 해 기존 제품과 차이가 있다'는 CJ제일제당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컵반이 개별 상품의 조합으로 인해 새로운 상품으로 인식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흔한 형태라면 그 조합방식 자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품의 형태로 볼 수 없다"며 "즉석밥 용기의 뚜껑 역할이 상품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기존 제품들이 지니는 통상적인 형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법원은 CJ제일제당의 주장을 받아 들이게 되면 오뚜기와 동원F&B가 상당한 자금을 투여한 상황에서 제품 판매 금지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CJ제일제당의 손해는 장래에 손해배상 청구로 보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다"며 "본안 소송 진행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품업계에서 한 제품이 조금이라도 인기를 얻으면 경쟁사들이 모방해 출시하는 '미투' 제품이 만연해 이번 기회를 통해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이 같이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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