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쿠팡이 자회사 사명을 바꾼 것을 두고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풀필먼트(Fulfillment)란 주문 후 물류센터에 입고된 상품이 배송을 위해 출고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부터 물류자회사 '컴서브'의 사명을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로 바꿨으나 사명에 걸맞는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ulfilment By Amazon, FBA)'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은 입점 셀러(판매자)가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면 재고관리와 포장·배송, 고객응대 등을 대행해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자회사 사명 변경을 계기로 아마존식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쿠팡은 직매입 상품에 한해서만 물류센터 보관 및 로켓배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입점 셀러의 상품까지 보관·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자회사명을 풀필먼트 서비스로 바꿨다는 것은 입점 셀러에게도 자체 물류·배송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며 "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쟁쟁한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 쿠팡의 차별점이자 강점은 물류·배송 인프라인 만큼, 이의 활용범위를 넓힐수록 셀러와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오픈마켓으로 전환했음에도 상품군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로켓배송 상품만 주목 받다보니 상품군을 늘리려면 자체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가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라며 "일반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에도 쿠팡의 물류·배송서비스가 적용되면 셀러들이 모여들어 상품군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역시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당장 풀필먼트 서비스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행법(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쿠팡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셀러를 비롯, 제3자의 요구에 따라 화물자동차로 화물을 유상운송하려면 정부로부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지위를 취득할 길이 막혀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화물운송사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후 신규허가가 사실상 제한된 탓이다. 로켓배송이 불법 논란에 휘말렸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앞서 물류협회 소속 10개 회원사는 쿠팡이 허가 없이 운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운송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체 매입 상품에 한해 소비자 편의 제공 차원에서 무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쿠팡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하며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덕분에 쿠팡은 로켓배송 좌초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장기적으론 신성장 동력 마련에 발목 잡힌 셈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1.5톤 미만의 소형 화물차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이 모는 택배용 소형 화물차의 수급 조절제가 폐지되고, 자유 증차와 신규 허가가 허용돼 쿠팡의 풀필먼트 사업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쿠팡 관계자는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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