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 프랜차이즈 선진국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상생·협력을 통한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랜차이즈 신년회에 참석해 프랜차이즈 CEO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상생하는 가맹시장을 위한 새정부 정책방향'을 주제로 강연한 김 위원장은 "상생·협력은 가맹시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본질"이라며 "한국은 미국·일본과 달리 경제규모에 비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많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생존을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상생이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1조4천억달러로, 미국(18조6천억달러)에 비해 13분의 1에 불과하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미국에 비해 2천273개나 많은 5천273개다. 일본에 비해서도 경제규모는 3분의 1 수준이지만 프랜차이즈 수는 4배 가량 많다. 이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년 사업에 실패하는 사례도 늘어 지난해에만 1천11곳의 브랜드가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가맹본부가 문닫은 경우도 전체 16.2%에 해당하는 956곳에 달했다.
김 위원장은 "가맹본부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끊임없이 혁신할 필요가 있다"며 "최적의 제품군과 편리한 서비스,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소통·협력을 통한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미국·일본 등 선진 프랜차이즈 시장과 달리 갑을 관계가 존재해 가맹본부의 보복행위 등으로 발전이 저해된다고 판단, 대등한 관계를 이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김 위원장은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강화하고자 올 상반기 내에 ▲가맹점단체 신고제 도입 ▲가맹계약 즉시 해지사유 축소 등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올해 7월 17일부터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보복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함으로써 가맹점주를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1분기에 ▲구입요구품목과 관련해 정보공개를 강화토록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에 반드시 구입요구품목과 관련된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 구입요구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게 자신들이 제공하는 물품만 구입할 수 있게 정해놓은 것을 뜻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일부 가맹본부에서 정보공개서에 너무 많은 정보공개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사전에 업계 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보완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너무 기밀을 침해하는 수준으로 정보공개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면 공정위에 소송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다음주에 정보공개 강화와 관련한 시행령 개정안 보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규제·심사를 거쳐 이를 확정할 계획이다.
세부 사항으로 공정위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구입요구품목의 차액가맹금에 관한 정보 공개 대상에서 가맹본부의 자체생산품목 제외 ▲구입요구품목에 관한 정보 공개 의무자에서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종 제외 ▲공개되는 특수관계인 매출액은 구입강제품목 관련 가맹사업 매출액으로 한정키로 했다. 더불어 ▲다른 유통채널을 활용한 상품‧용역의 공급계획은 공개대상에서 제외하고 ▲심야영업 단축가능 시간을 현행 '1~6시' 방안에 더해 '12~6시' 방안만 추가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 보완을 아무리 추진해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성과와 부담을 균형있게 나누도록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가맹본부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생'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가맹점주와 '윈-윈(win-win) 전략'을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발적 상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공정위에서도 공정거래협약 제도를 통해 가맹본부를 매년 평가해 올해부터 모범 사례를 발표하고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우수업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법집행과 피해구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서면실태조사 시스템을 고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직권조사도 '사후약방문식'이 아닌 '선제적 방식'으로 전환키로 했으며, 악의적 법 위반행위에 대한 3배소 도입 등 후속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안에 허위·과장 정보제공 행위의 구체적 유형을 정해 고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한 법집행·피해구제 역량 강화를 위해 서울에만 설치돼 있는 분쟁조정협의회를 시·도에도 설치할 예정이며, 가맹사업법 위반에 대한 조사·처분권 일부를 시·도에 위임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의 부담이 증가될 것을 우려해 앞으로 각종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현재 최저임금 상승 등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 가맹점이 가맹본부에게 가맹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를 개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는 10일 안에 협의해야 한다. 또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가맹금 등 거래조건에 관한 협의를 요청할 경우 성실히 응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인테리어 변경 시에는 가맹본부가 전체 비용의 20~40% 부담해야 하며,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판촉비 등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경우 법 제재를 받게 된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분들의 소득을 높여줌으로써 이들의 소득과 소비를 증가시켜 생산과 분배가 선순환함으로써 성장을 이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소비자 등이 골고루 이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경제의 기반 없이 혁신 성장, 소득주도 성장은 이뤄갈 수 없다"며 "앞으로 가맹시장에서 거래조건 합리화를 통해 공정경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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